'色' 찾아주는 여자… "내년 大選은 브랜드 싸움"

"클린턴은 노련해요. 이메일 스캔들이 터졌을 때나 쓰러졌을 때도 그랬고 TV 토론 중 콧물이 흘러도 능란하게 대처했어요. 감성적인데 구체적인 한 방이 없는 게 약점입니다. 반면 트럼프는 사업가답게 전략적이에요. 멍청하게 비쳐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지지자들에게는 그게 강점으로 둔갑합니다. 기존 정치인에게 환멸을 느끼고 경제성장을 바라는 사람들에겐 희망이 되니까요."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실에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은 미국 대선과 관련된 신문 스크랩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신문·방송과 강연장에서 이미지 전략가로 활약하는 허은아(44) 소장에겐 요즘 정치인의 말과 행동부터 삼성전자의 위기 대응, 청탁금지법과 인맥 관리까지 뜨거운 관심사가 많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5년 일하다 공부를 시작해 언론홍보 석사,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허 소장은 "내년 우리나라 대선은 특출한 사람이 없어 브랜드 싸움이 될 것"이라며 "자기만의 정체성을 지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지만 정치로는 잘 모르겠어요. 자동차 잘 판 사람이 시계를 판다고 다 좋은 브랜드가 되는 건 아니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측근들에게 비친 이미지로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에서 벗어나야 해요. 수염 기른다고 고심 많았다 생각하는 건 지지자들뿐입니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경우 "클린턴은 자신이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반면 트럼프는 명확하다는 점에서 더 정체성이 강한 정치인"이라고 설명했다. 허 소장은 "한국 정치인에게 가장 부족한 건 개성"이라며 "자기 색깔이 분명한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처한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낙제점을 줬다. 허 소장은 "몇 조원 손해를 보면서 보상해주면 소비자가 만족하고 신제품을 사줄 것이라고 믿는 위기 대응 수준이 기대 이하"라고 말했다. "갤럭시 고객은 명품 이미지까지 함께 구매한 셈인데 그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대한항공은 '조현아 사태'를 겪었지만 제품과는 무관한 리스크라서 매출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삼성전자의 위기는 전혀 달라요. 내가 이재용 부회장이라면 '교만했다'고 직접 사과한 뒤 '고객이 욕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수평적 소통으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겁니다."

브랜드를 사람에 접목해온 허 소장은 최근 펴낸 '공존지수 NQ'에서 "서로 도우며 공존하는 수평적 소통 능력을 길러야 미래의 1%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김연아·유재석·이경규·혜민스님·이찬진·정태영 등 유명인들이 어떻게 자신을 브랜드로 만들고 SNS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지 보여준다. 허 소장은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개그맨 이경규"라며 "거칠고 위악적이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하게 상당히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한다"고 했다. 일반인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이미지 전략'을 부탁했다. 허 소장은 "내 이미지는 내가 아닌 타인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좋은 첫인상을 남기는 게 가장 중요해요. 사람의 이미지는 비언어가 93%, 언어가 7%를 결정합니다. 먼저 인사하고 웃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이유지요. '밥 한번 먹자'처럼 지나가는 약속은 하지 마세요. 첫인상만큼 중요한 마지막 인상에도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