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수학여행, 경주 대신 서울이 붐빈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에 있는 놀이공원 롯데월드어드벤처는 평일인데도 전국 각지에서 수학여행을 온 1000여명의 초·중·고등학생들로 붐볐다. 전북 익산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아라(12)양은 "원래 경주로 2박3일 수학여행을 가기로 돼 있었는데 지진이 난 뒤 학부모들이 반대해 2주 전에 서울로 행선지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한 초등학생은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 시민들께는 죄송하지만, 솔직히 경주에서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는 것보다 놀이기구가 많은 롯데월드가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인솔 교사 이정민(여·29)씨는 "경주 지진 때문에 수학여행 계획을 모두 취소했는데, 학생들이 너무 아쉬워해서 학부모들과 상의 끝에 가까운 서울로 변경했다"고 했다.

수학여행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전국 수학여행단이 서울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지진 여파로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려던 학교들이 행선지를 서울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는 제주도와 더불어 국내 최대 수학여행지였다. 매년 수학여행 시즌인 4월과 10월에는 월평균 4만5000여명의 수학여행객이 경주를 찾았다. 그러나 지진 이후 경주 수학여행의 90%가 취소됐다고 한다.

서울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은 비용과 숙소 문제 때문이라고 학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사 김장현(40)씨는 "경주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동일한 경비로 갈 만할 후보지를 물색했지만 서울 외엔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비행기삯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데다 예약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충북 청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경주를 대체할 후보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서울이란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이 학교 학부모 한모(42)씨는 "세월호 사건도 있고 얼마 전 흉흉한 살인사건이 일어난 제주도보다는 서울이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달에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려던 학교 79곳 가운데 55곳이 서울과 강화도, 강원도 등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이 중 80%가 서울을 대체지로 결정했다. 11곳은 아예 수학여행 자체를 취소했다. 강원도에서도 경주행을 취소한 25개 학교 가운데 13곳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장소를 바꿨다.

수학여행객이 주로 찾는 서울·수도권 관광지는 경복궁·덕수궁 같은 고궁과 남산, 롯데월드, 용인 에버랜드와 민속촌 등이다. 대부분 수학여행 특수(特需) 덕분에 주말보다 평일에 입장객이 더 많은 기현상을 겪고 있다. 한국민속촌에는 이달 들어 하루 평균 1만2000여명의 수학여행객이 찾고 있다. 작년보다 40~50% 늘어났다고 한다. 경복궁 관계자는 "예년엔 1주일에 단체 관광객이 20~30곳에 불과했는데 지난주에만 수학여행단 170곳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홍보팀 남기훈 매니저는 "이번 달 수학여행을 온 학교 수가 작년 10월에 비해 20% 늘었다"며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 있는 일부 학교들도 멀리 가지 않고 서울 시내에서 당일치기로 수학여행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여행 학생들을 주로 받는 하이서울유스호스텔 관계자는 "이번 달 객실 예약이 일찍 마감됐는데도 경주 지진 이후에 남는 객실이 있는지 물어보는 문의 전화가 전국 학교에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에서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식당을 운영하는 김성배(59)씨는 "예년에는 남산 서울타워나 고궁 관람을 마치고 식사하는 수학여행단이 하루 서너 곳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7~8곳으로 늘어나 음식 준비하는 게 바빠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