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그림이 예술 작품 됐어요!"

아이들이 낙서처럼 끼적여놓은 그림을 들여다보면 '이만한 예술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 틀에 박히지 않은 독창성, 어른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천진난만함이 그 속에 있다. 남들 보기엔 삐뚤빼뚤 엉성한 그림이라도 부모에겐 간직하고 싶은 보물이다.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모아두자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쌓인다.

이런 부모들을 위해 아이 그림을 벽에 거는 작품이나 침구, 가방, 인형 같은 소품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생기고 있다. 아이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디자인 작업을 거쳐 대형 액자 속에 넣거나 원단에 프린트해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중 김유나씨가 운영하는 '모프스토리'(http://mofstory.blog.me)는 부모들 사이에 인기를 끈다. 제품을 의뢰한 부모·아이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그림에 담긴 아이 마음을 끌어내고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김씨는 딸 채민이 그림을 버리기가 미안해서 한데 모아 스토리를 엮어 동화책을 만들어주곤 했다. '우리 애 그림으로도 만들어 달라'는 주변 엄마들 부탁이 늘어나자 2년 전 아예 온라인 사업에 나섰다. 자작나무·아크릴 액자(60㎝x50㎝)가 9만원, 쿠션은 4만원 정도. 상담에서 제품 완성까지 최소 보름 넘게 걸리는데 김씨는 "보름 내내 부모들을 귀찮게 한다"고 했다. "아이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물어보면 부모들은 '모르겠어요. 별거 아닐 거예요'라고 답해요. 하지만 어른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 마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바퀴가 달린 집을 그린 아이는 알고 보니 이사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엄마 팔을 한쪽에 2개씩 총 4개를 그려놓은 아이 그림엔 동생을 기다리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4개 중 2개는 엄마 등에 업힌 갓난아기의 다리였던 것. 김씨는 "평소 미처 몰랐던 아이 마음을 알고 나서 눈물짓는 엄마들이 꽤 많다"고 했다.

투병 중인 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손자 그림을 넣은 침구를 선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자기 그림이 번듯한 작품·소품으로 변신하는 걸 보고 신기하고 뿌듯하게 여긴다. 너덜너덜한 종이에 끼적인 그림을 엄마가 소중하게 다뤄주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도 높아질 수 있다. 김씨는 "3~5세 아이를 둔 엄마들은 '아직 우리 아이가 그림다운 그림을 못 그린다'고 말하지만 정형화된 사고의 틀이 형성되지 않은 그 시기야말로 '그림다운 그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