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분기째 0%대 성장률… 다음은 마이너스?

한국의 올해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9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기 시작했지만 0%대 성장을 막아내지 못했다. 저(低)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10개 분기 중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반영된 지난해 3분기(1.2%)를 제외한 9개 분기의 성장률이 0%대였다.

◇부동산과 재정이 만든 0.7% 성장률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GDP는 377조9524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 당초 시장의 전망치(0.6%)보다는 조금 높게 나왔다지만, 성장의 질(質)이 문제다.

제조업이 전분기 대비 -1.0%로 역성장했다. 금융 위기가 닥쳤던 2009년 1분기(-2.5%)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달하는 제조업이 -1.0% 성장하면서, 전체 GDP 성장률을 0.3%포인트 정도 갉아먹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과 현대차 파업 등이 자동차와 휴대폰 업종의 생산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건설 투자는 전분기보다 3.9% 늘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6.8%), 2분기(3.1%)에 이어 3분기에도 부동산이 전체 경제 성장을 떠받친 것이다. 서울 강남 재건축 등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이 호조를 띤 영향이다. 이에 반해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0.1% 줄었다.

정부 소비는 1.4% 늘어, 2분기(0.1%)에 비해 큰 폭 증가세를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 범위를 4대 중증질환 등으로 점차 늘려가면서 건강보험 급여비가 늘었고, 추경 예산을 일부 집행한 것도 정부 소비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지출 항목별로 성장 기여도를 따져 보면 건설 투자는 GDP를 0.6%포인트, 정부 투자는 GDP를 0.2%포인트 끌어올렸다. 부동산과 재정이 없었다면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거라는 얘기다.

이에 비해 민간 부문의 소비와 투자는 주춤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0.5%로 2분기 증가율(1.0%)에 미치지 못했다. 전기 관련 소비가 늘고 해외 여행객이 증가하는 등 비내구재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늘어나긴 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와 민간투자까지 합하면 민간 부문의 GDP 기여도는 2분기 1.6%포인트에서 3분기에는 0.6%포인트로 급락했다.

◇"4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될 수도"

올해 4분기(10~12월) 성장률도 낙관하기 힘들다. 갤럭시노트7의 생산 중단 사태가 계속 영향을 미치는 등 제조업 생산 및 수출의 부진이 예상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다. 9월 말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이 내수에 미칠 영향도 성장률엔 마이너스 요인이다.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 또한 지갑을 닫게 할 가능성이 크고, 지난해부터 성장률을 지탱하던 건설 투자는 내년부터 꺾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4분기 성장률이 0%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아예 4분기에 우리 경제가 -0.4%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 세계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제조업 부진이 이어지고 건설 투자도 4분기에 하락할 것으로 보여 성장률이 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내년 대선이라는 이벤트를 앞둔 정치권과 정부가 이미 구조개혁 추진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 및 통화 정책을 모두 동원한 총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최근의 경기 침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