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으로 변신한 남산터널, 전시회 열린 잠수교… 서울 아침을 걷다

맑은 가을 하늘만큼 활짝 열린 서울 도심을 두 다리로 품었다. 시민의 열정은 '초겨울 추위'도 녹여버렸다.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조선일보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제4회 '서울 걷·자 페스티벌'이 열렸다. 걷기 부문 참가자 1만여명과 자전거 참가자 5000여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반포 한강공원까지 각각 7.5㎞, 15㎞ 구간을 두 발과 두 바퀴로 누볐다.

이날 수은주는 영상 2도까지 떨어졌지만, 운동복 차림의 시민들은 오전 7시부터 광화문광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주최 측이 무료로 나눠준 하양·파랑 풍선을 가방 등에 달고 축제 분위기를 냈고, 전문 피트니스 강사들의 구호와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풀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함께 걸으면 건강해지고, 건강해지면 행복해진다. 우리 모두 걷고 행복해지자"는 축사를 했다. 하승창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서울시를 걷는 도시로 만들어가는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서울의 가을을 만끽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전 8시에 자전거 참가자들이 먼저 출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성수공고 교장, 교사, 학생 등 18명과 선두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작년에도 자전거 부문에 참가해 코스를 완주했던 조 교육감은 "자전거를 타며 둘러보는 세상은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호회 회원 6명과 왔다는 신소용(46)씨는 "2년 동안 자전거로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집과 직장이 있는 강남구 역삼동까지 출퇴근했다"며 "서울 도심을 자전거로 누비고 싶었는데, 소원 성취했다"며 웃었다.

오전 8시 30분부터는 걷기 행렬이 이어졌다. 기러기 아빠 8년 차라는 서장수(58)씨는 "작년에 처음 이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땐 무턱대고 걷다가 막바지에 숨이 차 힘들었다. 오늘을 대비해 지난 1년간 몸 관리를 했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걸은 김윤주(여·25)씨는 "새내기 직장인으로서의 각오를 다지려 한다"고 했다. 타악 그룹 '라퍼커션'은 걷기 행렬과 함께하며 신바람 나는 공연을 펼쳤다.

코스 3㎞ 지점에 있는 남산 3호 터널은 거대한 무도장으로 변신했다. 1.2㎞ 터널의 3분의 2 지점쯤부터 신나는 전자 음악이 흘러나왔고,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 천장을 비췄다. 이태원과 한남동을 지나 잠수교에 접어들자 다리 양 기둥에 '서울의 길'을 주제로 시민이 찍은 사진 60점(가로 1.5m, 세로 2m 크기)이 전시돼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잠수교 위쪽 반포대교에서 쏟아지는 '무지개 분수'도 색다른 볼거리였다.

축제가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난 오전 10시쯤엔 참가자들이 집결지인 반포한강공원에 속속 도착했다. 우리은행 임직원 100여명 등 완주에 성공한 참가자들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친구들과 포졸 복장을 하고 축제에 동참한 김보겸(17·성남고 2)군은 "휴일에 집에 있으면 주로 누워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데, 친구들과 나와 걸으니 상쾌했다"며 "포졸 차림을 한 우리와 사진 찍자는 사람들이 수십명이었다.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반포한강공원에 마련된 행사 부스에서 스마트 자전거 체험, 헬스케어 상담 등을 했다. 신문 1면 헤드라인 체험 부스도 인기였다. 참가자가 조선일보 1면 모양의 사진 부스로 직접 들어가 포즈를 취하면 안내요원이 '인증 샷'을 찍어줬다. 인기 트로트 가수 홍진영과 뮤지컬 갈라 팀 '올댓갈라'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2년째 자전거 코스를 완주한 김성수(45)씨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딸, 조카와 신선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서울 시내를 자전거로 즐길 수 있어 좋았다"며 "내년에도 가족을 데리고 다시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협찬 : 우리은행

※ 교통 통제에 협조해 주신 시민 여러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