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오르세의 심장' 보여드립니다

"프랑스 사람들도 아직 못 본 오르세미술관의 새로운 소장품이 한국 관객에게 공개됩니다. 저희 미술관의 좋은 작품은 다 가지고 온 것 같네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9일 개막하는 오르세미술관전(展) '밀레의 꿈, 고흐의 열정' 개막식 참석차 방한한 기 코즈발(61) 프랑스 파리 국립 오르세미술관장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2008년부터 오르세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모네의 '수련' 연작으로 유명한 파리 오랑주리미술관 관장도 겸임하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미술관 두 곳을 이끌고 있는 그는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프랑스 문화재박물관장(1992~1998년), 몬트리올미술관장(1998~2006년) 등을 거쳤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술관은 '살아 있는 미술관'이라고 했다. "오르세미술관은 작가의 후손이 지금까지도 작품을 기증합니다. 관객에게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니 '살아 있는 미술관'이라 할 수 있지요."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엔 미술관이 소장한 지 5~6년밖에 안 된 작품들을 가지고 왔다"며 "한국인에게 '살아 있는 미술관'의 역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한·불 수교 130주년과 오르세미술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특별전이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세 여인의 모습을 그린 밀레의 '이삭줍기', 첫 해외 전시 나들이를 하는 고흐의 '정오의 휴식',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 등 오르세의 '심장'과도 같은 작품과 아직 오르세미술관에 걸린 적 없는 신(新)소장품 130여 점으로 구성됐다.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그는 함께 온 오르세미술관 학예실장과 전시장을 거닐며 작품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했다. 이따금 "아주 좋아(très bien)!"를 외치며 전시에 만족감을 표했다.

오르세미술관은 루브르박물관, 퐁피두센터와 함께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파리 중심부 오르세역(驛)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곳으로 19세기 회화·조각·사진 등을 소장하고 있다. 인상주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코즈발 관장은 "2008년부터 오르세 관장을 하는 동안 소장품이 5000여 점 늘었다"며 "미술관의 핵심은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소장해 관람객과 최대한 많은 예술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 관장 임기를 마치는 그는 "남은 기간 영화를 보거나 컴퓨터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 요즘 젊은이들을 미술관으로 불러들여 미술과 그들의 거리를 좁히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