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 마음엔 평화… 눈은 정화

동화 같다. 티 없이 착하고 순수한 아이와 어른들이 함박웃음을 짓는데, 맑은 호수와 푸른 산이 겹쳐진다. 27일 개봉한 중국 영화 '와와의 학교 가는 날'(감독 펑천)과 내달 3일 개봉 태국 영화 '선생님의 일기'(감독 니티왓 다라톤)를 보노라면, 사람은 본래 선한 존재이고 악한 세상이 당연한 게 아니란 걸 믿고 싶어진다. 가만히 있는 사람도 화병에 걸릴 지경인 요즘, 마음엔 평화, 안구엔 정화(淨化)를 선물할 무공해 청정 영화 두 편이다. 한국선 소규모 개봉이지만, 본국선 수많은 영화상을 휩쓸고 기록적 흥행 수익을 올린 작품들이다.

◇'와와의 학교 가는 날'

중국 윈난성 푸강현, 거친 물결 탓에 '화내는 강'으로 불리는 '누강(怒江)'엔 양편을 잇는 다리가 없다. 아이들은 아찔하게 높은 계곡 위로, 원시적 형태의 '집 라인(zip line·와이어에 도르래를 걸고 빠르게 활강, 이동하는 수단)'을 타고 목숨 걸고 곡예하듯 학교를 오가야 한다. 집안일도 잘 돕고 셈도 곧잘 하는 총명한 남자아이 '와와'는 학교 갈 나이가 지났지만, 엄마는 도시에 돈 벌러 간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엔 안 된다며 등교를 허락하지 않는다. 몰래 집라인으로 강을 건너가 교실을 훔쳐보던 와와가 도시에서 온 선생님에게 들키고, 와와를 기특하게 여긴 선생님이 새 운동화를 선물하면서 와와의 가족은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을 겪게 된다. 와와는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아역 배우들은 모두 윈난성 현지에서 캐스팅된 동네 아이들. 꾸밈없는 연기에 '동심(童心)'이나 '순수'처럼 마음 한편에 묻혀 있던 단어를 깨워 불러내는 힘이 있다. 사철 봄날이라는 윈난성, 옛 차마고도의 한 자락이었던 산골 풍경과 소수민족 '리수족(族)'의 알록달록한 전통 옷을 보는 것만으로도 표 값이 아깝지 않다. 중국 영화 특유의 촌스러움은 오히려 정겹지만 군데군데 중화민족주의의 입김이 느껴지는 건 옥에 티. 상영시간 86분, 전체 관람가.

◇'선생님의 일기'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호숫가 수상(水上) 가옥 아이들이 배를 타고 등교하는 태국 오지의 호수 위 학교, 일자리를 구하다 억지로 부임하게 된 남자 교사 '송'은 모든 게 불만이다. 전기도 없고 휴대폰도 안 터지고 천방지축 아이들은 감당 불가. 하지만 직전에 부임했던 당찬 여교사 '앤'이 두고 간 일기장을 우연히 읽게 되면서, '송'은 새로이 힘을 얻어 아이들과 수상 학교의 생활을 힘차게 꾸려나간다. 일기장으로 주고받던 두 사람의 마음은 통할 수 있을까. 거울처럼 맑은 태국 최대 국립공원 카엥크라찬의 호수에서 촬영한 풍경이 예술. 큰 눈을 똘망똘망 굴리며 선생님과 교감하는 시골 아이들, 취업난과 사회적 성공에 대한 청년의 고민 같은 것이 부담스럽지 않게 잘 버무려져 있다.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