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주차난' 알아서 해결하라는 서울市

소공동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장충동 신라면세점,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등 서울 도심 면세점과 경복궁, 인사동 등 주요 관광지는 관광버스들의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이로 인한 교통 체증도 심각하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31일 '도심 관광버스 주차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차 공간을 더 늘리고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가 직접 주차장을 늘려줄 수도 없고, 불법 주정차 관광버스를 직접 단속할 수도 없다. 실효성도 없는 '구상'을 '정책'으로 포장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태료 인상안 놓고 경찰과 협의 안 해

일본은 경시청의 주도로 중국인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했다. 경시청 직원이 도로에 10분 넘게 정차하는 버스에 1만2000엔(13만780원)~1만5000엔(16만3480원)의 범칙금을 물린다. 이런 강력한 단속 덕분에 일본에선 대형 관광버스가 면세점 주변에 5분 이상 정차하지 않는다.

서울시도 20년 넘게 5만원에 묶여 있는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3~4배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행사가 얼마 안 되는 과태료를 대신 내주는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태료를 매기는 일은 도로교통법을 담당하는 경찰청이 한다. 경찰은 "버스 과태료를 올리면 승용차 과태료도 함께 올려야 하므로 국민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알아서 주차 공간 늘리라'는 서울시

서울시는 관광버스가 가장 몰리는 평일 오전 10~11시쯤 도심에 버스 주차장 721면이 필요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582면뿐이다. 모자라는 주차장을 확충하기 위해 시는 도심부(종로구·중구·용산구) 관광버스 주차장을 2019년까지 360면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는 도심 내 면세점 등 상업시설에 관광버스 주차장을 늘리도록 '권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알아서 주차 공간을 늘려주면 좋겠다'는 뜻이다. 올해 주차장을 확충한 곳은 명동 신세계 면세점(남대문경찰서 인근에 주차장 50면)이 유일하다. '신문로와 을지로4가 일대에 주차장 부지를 추가로 매입하겠다'던 롯데면세점은 아직도 이 계획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사후(事後) 면세점을 지정하는 국세청이나 사전(事前) 면세점 특허를 관할하는 관세청에 '관광버스 주차장을 확보한 면세점에 점수를 더 주자'고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해당 부처와 협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 발표부터 한 것이다.

◇유커(遊客) 유치하되 버스는 줄이겠다?

시는 경복궁 주차장 요금을 현재의 2시간 4000원에서 1시간에 4000원으로 두 배 올리고, 버스가 몰리는 오전 9~11시엔 시간당 8000원을 받을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문화재청에 건의할 예정이다. 평소에 도로의 차선 한 개를 관광버스가 점령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여기엔 모순이 있다. 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쓴다. 최근엔 '왕훙(網紅·중국의 파워블로거) 마케팅'까지 발표했다. 그런데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경복궁엔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장택영 삼성교통문화연구소 박사는 "각 여행사와 면세점들이 사전에 일정을 조율해 관광객 방문 시간을 분산하면 불법 주정차나 교통 체증을 막을 수 있다"면서 "버스 주차료 인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