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벼랑 끝에 선 형제, 세상을 향해 총구를 돌리다

송곳니를 드러내며 곧 덮쳐올 듯 으르렁대는 늑대 앞에 선 것처럼 꼼짝할 수 없다. 3일 개봉하는 '로스트 인 더스트'(감독 데이비드 매켄지)는 103분 내내 관객을 벼랑 끝에 매달아 놓고 손에 힘이 빠져 떨어지길 기다리는 악당 같다. 서부 텍사스, 실직 상태에 이혼까지 당한 동생 토비(크리스 파인)에게 교도소에서 출소한 형 태너(벤 포스터)가 찾아온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평생 지키려 애썼던 농장은 주말까지 4만3000달러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에 압류당할 상황. 형제는 이 은행 지점들을 털어 돈을 갚을 계획을 세운 뒤 연쇄 강도 행각을 벌이고, 곧 은퇴를 앞둔 보안관 마커스(제프 브리지스)가 이들을 추적한다.

텍사스인들은 그들이 생존해온 대지만큼이나 거칠다. 은행 강도 뉴스를 전하는 TV 앵커의 목소리, 경찰차의 번쩍이는 경광등과 사이렌 소리, 총격전…. 말을 타고 평원을 내달리는 대신 미국산 차를 타고 골목과 도로를 질주하지만, 이 영화는 서부극처럼 황량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부딪쳐 온다. 어둠 속 인물의 음영을 비추는 스폿 조명 대신 황무지의 뜨거운 햇빛 아래 맨몸의 캐릭터를 던져 넣지만, 누아르의 비장함이 핏물처럼 배어 나온다. 시나리오 작가는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2015)로 할리우드의 가장 각광받는 각본가 중 한 명이 된 테일러 셰리든. 불황 속에 일자리를 잃고 은행에 집을 뺏기는 사람들의 절망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영화는 끝끝내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그 위의 할아버지도 가난했어요. 가난은 전염병 같아서 당신 곁 모든 사람을 전염시키지요.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돼요. 내 아이들에겐 더더욱." 집으로 찾아온 보안관 '마커스'에게 '토비'는 말한다. 서부 개척시대는 지나간 과거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가슴에 총알을 박아 넣어야 하는 생존의 법칙은 변하지 않았다. 텍사스의 남자들은 몸부림치지 않는다. 그저 거기 서서 무표정하게 버틸 뿐. 황무지에 지는 석양, 긴 그림자가 가슴 먹먹하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