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주, 아들 앞에서 10년 만의 우승

6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파72)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팬텀 클래식. 해가 져 불까지 켜놓고 치른 3차례 연장전 끝에 우승을 거둔 홍진주(33)는 세 살배기 아들 은재를 끌어안으며 "우리 아들, 그래 엄마가 우승했어"라며 눈물을 훔쳤다. '엄마 골퍼'이자 KLPGA 선수 회장인 홍진주가 10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안았다. 홍진주는 이날 중반까지 2타를 잃었지만 16·17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로 허윤경·장수연과 연장에 들어갔다. 18번홀(파5)에서 열린 세 번째 연장 승부에서 장수연이 그린 바깥에 친 다섯 번째 샷이 홀을 살짝 빗나가 보기를 하고, 허윤경도 1m짜리 파퍼트를 놓쳤다. 홍진주는 짧은 파퍼트를 넣으면서 긴 승부를 끝냈다.

2006년 홍진주는 한국 여자 골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데렐라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엔크린 솔룩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데뷔 3년 만에 첫 우승을 한데 이어 한 달 뒤 국내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오롱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미 LPGA 투어로 가는 직행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미국 무대 적응에 실패하고 2009년 시드전까지 치러 복귀한 한국 무대에서도 좀처럼 우승하지 못했다. 2013년에는 일본 무대에도 가봤지만 소득이 없었다. 2010년 회사원 박준성씨와 결혼한 그는 2014년 1월 아들을 낳았다. 출산 뒤 고질이던 왼쪽 어깨 통증이 더 심해져 1년 넘게 휴식기를 갖기도 했다.

홍진주의 우승으로 올해 K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두 엄마 선수가 모두 정상에 올랐다. 앞서 안시현은 한국여자오픈에서 12년 만에 우승했다. 상금랭킹 52위로 시드권 확보가 불투명했던 홍진주는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받아 상금랭킹 27위로 뛰어올랐다. 우승자에게 주는 2년간 시드권을 받아 편안한 마음으로 투어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홍진주는 "아들을 기르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좋은 것도 많이 챙겨 먹게 돼 오히려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상금왕과 다승왕 등을 확정한 박성현은 이날 2타를 잃고 공동 12위(2언더파)로 대회를 마쳐 대상은 고진영의 몫이 될 전망이다. 대상 포인트에서 고진영에게 1점 뒤진 박성현은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에는 출전하지 않을 예정이며, 이렇게 되면 대상 순위엔 변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