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 있다고 소파가 반값…'리퍼브' 찾는 알뜰族

"여기 뒤쪽에 흠집 보이시죠? 이것 때문에 할인해 드리는 거예요."

예비 신부 이현정(31)씨는 지난 2일 서울 동대문에 있는 현대시티아울렛에서 뜻밖의 수확을 했다. 혼수를 마련하려고 들어간 가구 매장에서 올해 나온 4인용 소파를 40%나 싸게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가 소파를 관심 있게 보자 멀리서 매장 직원이 다가와 "이 제품은 뒤쪽에 1.2㎜ 정도 흠이 있는 리퍼브(Refurb, 흠집·이월 상품) 제품이라 싸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날 317만8000원인 소파를127만8000원 할인한 190만원에 샀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본 288만원보다도 훨씬 저렴해 좋다"고 말했다.

리퍼브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리퍼브는 외관상으로 새 상품과 별 차이가 없지만, 제조·운반 과정에서 흠집이 나거나 고객 변심으로 반품된 것 등을 말한다. 리퍼브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경기 침체로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할인율만 높다면 작은 흠집 정도는 눈 감겠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제조 과정 중 흠집난 상품을 손본 제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고객 단순 반품 상품이나 전시 상품, 시타 골프채 등으로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가성비' 중시하는 고객이 주로 찾아

리퍼브를 찾는 고객들이 늘자 대형 마트들도 관련 제품을 모은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다. 롯데마트는 진열 상품 중 포장이 찢어지거나 곧 디자인이 바뀌는 것 등을 정리하는 '파격가 처분 매장'을 연중 내내 운영한다. 이마트는 매장에 입점한 TV, 에어컨 등 대형 가전을 모아 '스크래치 할인전'을 연다. 이마트 관계자는 "다만 가구는 고객용 간이 쉼터 등에 재활용할 수 있어 별도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도 1층에 '흠 있는' 가전제품들을 따로 모아놓은 리퍼브 전용 매장을 운영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리퍼브를 찾는 고객들이 많아 아웃렛 가구 매장은 전체 제품의 30%를 이런 제품으로 채우고 있다"며 "하지만 매장 재고 현황이나 제품 상태가 제각각이라 할인율은 일정치 않다"고 말했다

◇대형 가전은 매장에서 직접 보고 사는 게 유리

시타실이 있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 골프 매장에선 골프채가 인기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골프채는 보통 신모델 출시 주기가 2년 단위로 이뤄져 1년가량 시타용으로 사용한 이른바 'A급 채'를 50%까지 할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최근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젝시오, 캘러웨이 등 골프 시타채를 특가 판매했다.

온라인몰에선 제조 과정 중 극미한 손상이 있는 제품을 노려볼 만하다. 불량 화소가 있는 디지털 카메라, 제품 출시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돼 제조 업체가 수리 후 내놓는 스마트폰 등이 대표 상품이다. 온라인몰에도 대형 가전·가구를 판다. 다만 업계에선 모니터상으로 훼손 정도를 구별하기 어려운 가구, 골프채, 매트리스 등은 매장에서 직접 보고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관계자는 "리퍼브 제품 대부분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것이어서 교환·환불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실패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한상린 한양대(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엔 리퍼브만 판매하는 아웃렛이 따로 있을 정도로 재정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국내에서도 실용성을 내세운 리퍼브의 인기가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