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점프와 화성 예비군… 배명훈 'SF 위트'를 보라

예술과 중력가속도 |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324쪽 | 1만4000원

'※주의: 식사시간을 피해서 읽을 것.'

대체 예술과 중력가속도가 무슨 관계란 말인가. 달예술가협회와 화성신체예술동맹, 지구궤도예술가조합은 또 뭔가. 달이 지구와 하나의 문화권에 속하게 된 어느 미래, 남자는 달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여자와 사귀게 된다. 여자는 외계예술가협회 설립 축하 공연 '무중력의 경이!'에 남자를 초청한다. 나사(NASA)에서 지었다는 공연장은 일종의 비행기인데, 관객을 태우고 이륙했다가 어느 고도에 이르러 급강하한다. 달의 점프를 재현하기 위해 무중력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관객 전원이 멀미로 체내를 게워내는 아수라장. 이 황당무계한 장면 말미에 이런 대사가 따라붙는다. "원래 타인의 예술 행위는 보는 사람을 구역질 나게 만들 수도 있는 거라고요."

데뷔 연도인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쓴 작품 중 10편을 엄선한 단편집. 고고학('유물위성')과 해양생물학('조개를 읽어요')과 언어학('스마트D')까지 지식의 육·해·공을 넘나드는 SF적 상상력이 빼곡하다. 이 소설집 전체를 준설하는 건, 2060년대 화성에 예비군 훈련받으러 간 여성이 전쟁 영웅이 된다는 '예비군 로봇'처럼 나사 몇 개 풀린 활달한 공상이다.

이런 우주적 위트가 끝내 도달하는 지점은 혼(魂), 그러니까 인간과 사랑에 대한 고찰 같은 것이다. "심장을 토했는데도 몸속 어딘가에서 영혼 비슷한 무언가가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 영혼이라는 건 토해낼 수 있는 게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