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 돌아온 해리… 내일부터 마법이 시작됩니다

마법사가 한국에 상륙했다. 판타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종언(終焉)을 알린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의 국내 발간(11일)을 앞두고 서점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1일 예약 판매가 시작돼 9일까지 4만3000부가 팔리면서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싹쓸이했다. 지난 7월 영미권 발간 이래 3개월의 번역 과정을 거쳐 나온 책 원고를 먼저 받아 읽어봤다.

원작자 조앤 롤링과 연출가 존 티퍼니가 함께 쓰고, 극작가 잭 손이 각색한 이번 작품은 알려진 대로 소설이 아니라 연극 상연을 위한 대본집이다. 4막15장(총 2권)으로 구성됐는데, 대사와 지시문뿐이다. 덕분에 두 앙숙 해리 포터와 드레이코 말포이의 결투 등 액션신엔 굵직한 전율이 생동한다. 지난 7월 30일 영국 런던 팰리스 극장에서 개막한 연극은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이야기는 2007년 발표된 전작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로부터 19년이 지난 어느 날,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향하는 런던 킹스크로스 기차역에서 37세 해리가 두 아들을 배웅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중년의 해리와 '중2병'을 앓고 있는 둘째 아들 알버스의 부자 갈등이 축이다. 알버스는 영웅적 마법사 해리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금수저' 대접을 받지만, 아버지 명성에 한참 모자란다는 부담과 자괴감에 휩싸여 빗나간다.

지루해지기 쉬운 해리 가족의 일상은 '시간여행장치'라는 영리한 전략으로 인해 들썩인다. 시간 여행을 통해 기존 팬들에게 익숙한 과거 등장인물을 속속 등장시키며 새 모험을 이끌어나간다. 어느 날, 악의 마법사 볼드모트에게 살해당한 호그와트 학생 케드릭의 아버지가 마법부 법률집행부장 해리를 찾아와 "마법부에 보관된 '시간여행장치'를 사용해 아들을 살려달라"고 부탁한다. 해리는 이 장치의 봉인 해제를 단박에 거절하지만, 얘기를 엿들은 알버스는 영웅적 모험을 결심한다.

결국 과거로 가는 데 성공하나, 작전은 실패. 게다가 현실도 묘하게 엉켜 해리의 단짝 론·헤르미온느 부부는 인연이 끊어지고, 두 사람의 딸이자 알버스의 친구 로즈는 아예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현재를 바꾸기 위해 한 번 더 과거로 향하는 알버스. 케드릭은 살아났으나 현실은 또 일그러지고, 대신 해리가 죽음을 맞는다. 볼드모트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번역을 맡은 박아람씨는 "배경·감정 묘사가 자세했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함축된 대사 덕에 속도와 박진감이 배가됐다"고 말했다.

뜬금없는 해리의 죽음이 찝찝하겠지만, 안심하시라. 이 시리즈가 늘 그랬듯 선(善)은 승리하고, 해리 포터는 다시 살아 돌아오며, 알버스는 가족과 화해하게 되니까. 이번 대본집은 발매 첫 주 영국과 북미에서만 400만권이 팔려나갔다. 1997년 처음 출간돼 전 세계 5억권 가까이 팔린 이 시리즈의 또 다른 힘은 친구들. 과거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보여준 든든한 우정이다. 세대가 바뀌어, 알버스에겐 스코피어스 말포이라는 친구가 생긴다. 앙숙의 아들들이 최고의 친구가 되는 반전. 위기의 순간마다 악연의 대(代)를 끊는 이들 덕에 따뜻한 웃음을 짓게 된다.

알버스: 우리 친구지?

스코피어스: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