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에 쏠린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원자재 관련이 수익률 '으뜸'

지난 2월 29일 해외 주식형 펀드 비과세 제도가 도입된 첫날,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제일 먼저 비과세 전용 계좌를 만들며 '1호 가입자'가 됐다. 당시 황 회장은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는 저금리 시대에 글로벌 투자와 세제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고 기대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효율적인 자산 증식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과세 전용 계좌에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차이나 리치투게더 펀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인디아 디스커버리 펀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 베트남 그로스 펀드'를 담았다. 이 펀드들은 이달 초까지 각각 21.05% 13.66%, 13.08%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황 회장의 말이 공언(空言)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선 코스피가 몇 년째 1800~2100 선에 갇혀 있지만, 베트남·브라질 등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해외 주식형 펀드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특히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는 제도 도입 이후 9월 말까지 총 8655억원어치가 판매되며 재테크 시장의 '강자(强者)'로 떠올랐다. 하지만 비과세 혜택을 누리고는 싶지만, 300개가 넘는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중 무엇을 담아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비과세 해외 주식 펀드 전용 계좌 만들고, 내년까지 펀드 담아야

지난 2007년에도 한시적으로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가 판매됐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펀드가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지만, 환(換)차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돈도 잃었는데 세금까지 내야 하나'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때문에 올해 도입된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한 비과세 제도에서는 해외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의 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도록 했다. 또한 한국 주식형 펀드에는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을 물리지 않는 점을 고려해,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해 부과하던 매매 차익 세금(15.4%)을 없앴다.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배당 수익에 대해서만 15.4%를 세금으로 내면 된다.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비과세 해외 펀드 전용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계좌를 만들고, 여기에 내년 말까지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를 담으면 된다.

가입액 3000만원을 한도로 펀드 가입일로부터 10년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시아 신흥국 펀드에 투자 집중돼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9월 말까지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 판매 동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가장 많이 팔린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베트남 그로스 펀드'로 1241억원어치가 팔렸다.

이어 글로벌 배당주에 분산 투자하는 피델리티 '글로벌 배당 인컴 펀드'(923억원)가 2위를 차지했고, 3~6위엔 삼성자산운용 '중국 본토 중소형 포커스 펀드'(554억원), 이스트스프링 '차이나 드래곤 A셰어 펀드'(361억원), KB '중국 본토 A주 펀드'(341억원), 신한BNP파리바 '중국 본토 RQFII 펀드'(296억원) 등 중국 펀드가 올랐다. 판매 상위 10위 펀드 중에 5개가 중국이고 2개가 베트남으로, 아시아 신흥국 주식형 펀드가 단연 인기였다.

판매액 상위 10개 펀드 중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는 7위를 차지한 얼라이언번스틴(AB)의 '미국 그로스 펀드'(250억원)가 유일했다.

◇수익률은 원자재·남미 펀드가 높아

아시아 신흥국 펀드가 많이 팔렸지만, 수익률 기준으로는 금을 비롯한 원자재 펀드와 남미 펀드가 '대세'를 이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블랙록자산운용의 '월드 골드 펀드'다. 이 펀드는 금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데, 연초 이후 수익률이 무려 71.97%나 된다. 올해 초 트로이온스(약 31g)당 106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금값이 최근 들어 1270달러 선까지 20%가량 오른 데 힘입어 '대박'이 났다. 금을 비롯해 철광석·구리·알루미늄·니켈·아연 등 광업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블랙록 '월드 광업주 펀드'도 47.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6위를 차지했고, JP모간의 '천연자원 펀드'도 35.11%의 수익률을 보이며 수익률 상위 10위에 올랐다.

원자재 펀드 이외엔 남미 펀드가, 그중에서도 브라질 펀드가 단연 돋보였다. 미래에셋의 '브라질 업종 대표 펀드'가 65.3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수익률 2위에 자리했고, 'KB 브라질 펀드'(58.23%), '미래에셋 브라질 러시아 업종 대표 펀드'(51.64%), 'JP모간 브라질 펀드'(47.94%)가 3~5위를 차지했다. 올해 1월 3만7000포인트 선까지 내려갔던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가 11월 초 6만5000포인트 선까지 75%가량 폭등한 영향이 컸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우 주(州) 정부가 사실상 파산하는 등 브라질 경제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지만,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서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다만 브라질 지수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에 당장 투자하기보다는 시장이 안정되길 기다렸다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