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노출증 아닙니다, 자신감 충전 중입니다

"TV나 잡지에 나오는 모델들 보면 다들 너무 날씬하신 거예요. 솔직히 일반 사람 중에서 그렇게 날씬한 분들이 많지 않거든요. 저같이 평범한 사람도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57세 정금자 주부는 얼마 전 홈쇼핑 채널을 보다 솔깃했다. 보정 속옷 모델을 뽑는다는 공고였다. TV에 몸매를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 쑥스럽기도 했지만 "도전해보라"는 며느리의 말에 용기도 났다.

정씨보다 어리고 날씬한 지원자가 수십 명이 넘었지만 당당한 태도는 그를 1위로 올려놓았다. 지난 7일 방송에서 처음으로 모델 데뷔도 했다. "이제 못할 게 없을 거 같아요." CJ 오쇼핑 측도 목표 대비 100%를 넘기며 주문 금액 약 2억원을 기록했다. CJ오쇼핑 방송콘텐츠담당 임호섭 부장은 "나이와 몸매 상관없이 자신감을 얻게 하고, 구매하는 이들에게도 좀 더 현실적인 사실감을 주려던 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사이즈 감축' 단어 퇴출

20대이든 50대이든 상관없다. 넉넉한 몸매든, 근육질이든 OK다. 드러낼수록 아름답다. '몸자신감(body confidence·보디 컨피던스)'. 내 몸 그대로를 사랑하고 건강하게 가꾸자는 이들이다. 지난해부터 할리우드 스타 들이 인스타그램 등에 '몸 긍정성(body positive·보디 포지티브)'을 뜻하는 #bopo를 붙이면서 해외에선 '캠페인'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 건강전문잡지 '우먼헬스'가 8월부터 '사이즈 감축' '비키니 보디' 같은 단어를 표지에서 퇴출했고,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최고의 수영복 모델 잡지라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는 사이즈 16(우리의 77~88사이즈)의 체형 모델을 표지로 썼다.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이 인기를 끌면서 SNS에 실시간으로 사진을 올리는 이도 많다. '엄마 시간 활용법' 강의로 인기 끈 사모아 관광청 박재아(37) 대표는 "보통 10~11시쯤 잠을 자 새벽 2~3시에 일어나 업무를 하고 오전 6시에 어학원에 간 뒤 7시 20분에 돌아와 9세 7세 아이 학교를 보내고 운동을 한 뒤 출근을 한다"며 "운동을 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비교해 보고 싶고, 동기 부여도 되는 것 같아 SNS에 사진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노출증? 올릴수록 자신감

사진 올리는 방식도 이전보다 과감해졌다. 타이트한 운동복을 입고 운동 전후 모습을 SNS에 올리는 것은 기본. 예전 같으면 '노출증'이라고 오해를 받을 법한 속옷 차림 사진도 거리낌 없이 올린다. 속옷 브랜드 비비안 관계자는 "올해부터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제품 체험단을 운영하는 데 직접 속옷을 착용하고 과감하게 후기를 남기는 등 한층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오히려 담당자가 놀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속옷이 비치는 시스루 룩(see-through look)을 연출한 김주원(24)씨는 "속옷 착용 후기는 처음이었지만 부끄럽다기보다는 '나도 과감하고 섹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듯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속옷만 입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요가 강사 김리현(28)씨는 "팔로어들에게 운동 방법을 설명하는 소통의 창구"라면서 "사진을 검토하면서 냉정하게 몸체크를 할 수 있어 올리면 올릴수록 자신감이 붙는다"고 덧붙였다.

여성들이 몸에 대해 이전보다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건 연구로도 증명됐다. 미국 오하이오 우스터 대학의 브라이언 카라치아 교수는 지난 8월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10만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지난 30년간 '몸매 만족 여부'를 조사한 결과 1980년대보다 현재 여성들의 불만이 줄었다"고 밝혔다. 카라치아 교수는 "미디어에서 적극적으로 다양한 몸매에 대해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이 여성들의 마른 몸에 대한 집착을 예전보다 확실히 줄인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