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 앞에 평등한 기독교… 개인의 가치를 발견하다

개인의 탄생｜래리 시덴톱 지음｜정명진 옮김｜부글｜588쪽｜2만5000원

"기독교는 인간을 그 자체로 하나의 종(種)으로 받아들였다. … 씨족이나 계급보다는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를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 출신 영국 정치철학자인 저자 래리 시덴톱은 서양 역사에서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씨앗을 뿌린 것, 나아가 서구 자유주의의 기원이 된 것이 다름 아닌 기독교라고 말한다. 신(神)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의식이 발전해 도덕적인 신분과 사회적 역할의 단위인 '개인'이 존재할 바탕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개인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장구한 세월이 필요했지만, 자연권 사상이 등장하던 근대 초기보다 훨씬 이른 12~14세기 교회법의 혁신에서 새로운 인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이후 역사에서 기독교와 내전(內戰)을 벌이다시피 한 세속주의조차 '기독교가 이 세상에 안긴 선물'이라고 말한다. 시민적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교회가 서로 적대시하는 현재 유럽의 풍토에도 일침을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