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박받다 핍박하는 나라로… 이스라엘 100년 오디세이

약속의 땅 이스라엘｜아리 샤비트 지음｜최로미 옮김｜글항아리｜696쪽｜3만2000원

역사상 가장 길게 핍박받은 민족이면서, 동시에 점령과 식민주의로 살길을 도모하는 나라. 이스라엘 언론인인 아리 샤비트는 모국의 이율배반이 부끄럽다. 우리가 살자고, 팔레스타인을 피로 물들이는 게 용서받을 수 있겠는가. 이 책은 개인의 참회록이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오디세이다. 영국계 유대인 3세인 저자는 시온주의가 태동하던 1897년 런던에서 출발해 '약속의 땅'에 닻을 내린 증조부 시절부터 이스라엘의 초상을 그려나간다.

핵심은 이것이다. 선의로 막을 열었던 시온주의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광포해졌다는 것.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려던 선조들은, 물론 생존을 위해서였지만, 그 지역 아랍인들에게는 재앙이었다. 샤비트는 이스라엘의 기원부터, 지난 100년 동안의 분투, 그리고 현재 이슬람 중동에서의 이스라엘 존재 이유를 조심스레 묻는다. 이스라엘과 중동 문제의 이해를 돕는 책은 많지만 이 책만큼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드는 필력의 책을 찾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