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유력 정치인도 거론… 판 커지는 엘시티 비리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가능한 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여 부산 엘시티(LCT) 비리 사건 연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07년 시작된 엘시티 사업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앞 부지 6만5000㎡에 101층짜리 레지던스호텔 1개 동(棟)과 85층짜리 아파트 2개 동을 짓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2조7400억원에 이른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최근 회삿돈 500억원 이상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엘시티 시행사인 청안건설 대표 이영복(66·사진)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이씨가 엘시티 인허가 및 사업비 조달, 시공사로 포스코 건설을 유치하는 과정 등에서 정·관계에 로비를 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이 조성돼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뇌물로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엘시티 사건을 "또 하나의 최순실 게이트"라며 "대통령 측근 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실제 정치권에선 친박 핵심 인사를 비롯한 여당 국회의원 3~4명과 야권(野圈) 유력 정치인 진영에 속한 인사들의 이름이 돌고 있다. 일각에선 여야 유력 대선 후보가 엘시티 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씨는 현재 검찰 조사에서 일부 횡령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로비' 의혹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엘시티 인허가는 물론이고 1800억원대 개인 채무가 있는 이씨가 군인공제회와 BNK금융그룹 부산은행에서 수천억원대 대출을 받게 된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부시장급인 부산시 경제특보 정기룡(59)씨가 엘시티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부산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2014년 9월 경제특보에 임명된 정씨는 2010년 12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엘시티 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 엘시티PFV에서 자산관리 부문 사장을 지냈다. 2010년부터 3년 동안은 엘시티 개발사업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시기였다. 정 특보는 자산관리 사장을 거쳐 2013년 5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엘시티 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정 특보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경남고 동문이다. 태국 출장 중인 정 특보는 엘시티 사건이 불거지자 현지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