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사람 못 그려도 이야기를 담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남녀의 서로 다른 심리를 분석해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면, 최민준(32)씨는 '화성에서 온 아들 금성에서 온 엄마'를 연구해 아들 둔 엄마들을 사로잡은 강사이자 저자다. 남자가 남자를 가르치는 미술학원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대표인 그가 최근 펴낸 책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는 육아 부문 베스트셀러에 들어 있다. 지난달 그가 출연한 OtvN '어쩌다 어른' 방송 강의도 '아들 엄마라면 꼭 한 번 봐야 하는 영상'이란 꼬리표를 달고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7년 전 경기도 일산에서 출발한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는 전국 21곳에 학생 2000여명이 다니는 학원으로 성장했다. 디자인과 미술 심리 치료를 공부한 최씨가 그간 개인적으로 가르친 6~13세 남자아이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 엄마들을 상담해왔는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아들 마음을 속 시원히 설명해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엄마들이 모여들었다. 3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전국을 돌며 아들 교육에 대해 강연하는 인기 강사가 됐다.

"아들 속을 모르겠다" "아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엄마들에게 최씨는 남자아이 특성을 가르치는 데 주력한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 비해 언어 발달이 평균적으로 1.5세 정도 늦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경험과 감정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것을 어려워하죠. 다른 사람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집중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고요." 자기 주도적 성향과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기도 더 쉽다고 한다. 남자아이들은 대개 명사보다 동사, 형태보다 스토리, 사람보다 사물, 표정보다 동작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씨는 "규칙을 세워 지켜나가는 교육이 남자아이에겐 특히 효과적"이라고 했다. 논리적으로 설명한 뒤 함께 규칙을 만들고, 규칙을 어겼을 땐 엄격하게 경고를 주고, 어떤 상황에서든 규칙을 단호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을 권했다. 그는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땐 마주 보지 말고 나란히 앉아서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조언했다.

최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갈등을 자주 겪었다고 한다. 중재 역할을 해줄 아버지가 없는 것이 늘 안타까웠고, 남자아이 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자라다 미술학원 강사가 되려면 한 달간 훈련을 통해 아이 성향·기질을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이들 수업도 재료만 정해줄 뿐 마음대로 하게 둔다. 강사는 아이를 꼼꼼히 관찰하고 "너 싸움 잘해?"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옆집 형처럼 다가간다. 남자아이들이 미술에 몰입하는 건 물론이고, 엄마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난 지 몇 분 만에 학원 강사에게 털어놓기도 한다고 했다.

아이를 주로 키우는 사람도 어머니이고 교육 현장에도 여교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남자아이들이 유별나고 극성맞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고 최씨는 말했다. "엄마들은 아들이 사람을 실제처럼 잘 그리고 색칠도 꼼꼼하게 하길 원하지만, 남자아이들은 공룡이나 자동차를 그릴 때 더 큰 재능과 집중력을 보인다"고 했다. "남자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상어로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공격성과 경쟁심을 올바른 방향으로 다스리면 굳이 이빨을 드러내지 않아도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고래처럼 큰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