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모'도 맞불집회… 주말 광화문 충돌 우려

"이번 토요일 촛불 집회는 워낙 변수가 많아 대책을 짜기가 정말 어렵네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4차 촛불 집회를 앞두고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원래 이번 서울 집회는 100만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은 26만명)이 운집한 지난 12일 3차 촛불 집회와 26일로 예정된 5차 촛불 집회의 '징검다리' 성격이었다. 주최 측인 '박근혜 대통령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번 주엔 서울과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전국 주요 도시 100여 곳에서 분산 집회를 열고, 26일에 다시 서울로 세(勢)를 결집해 대규모 촛불 집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경찰도 당초 이번 서울 집회 참가자가 지난주의 절반 이하인 7만~8만명쯤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집회 참가자 26만명 가운데 절반은 민노총과 야당 등이 동원한 '조직 대오'로 보고 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검찰 수사를 받겠다던 박 대통령이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이번 주에는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부산 엘시티 비리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경우 참가자 수가 당초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지난주 성난 시위대를 내자동로터리에서 겨우 막았는데, 이번 주는 민심이 격앙돼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수능시험을 본 고 3 학생들이 주말 집회에 대거 참가할 것으로 보고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고 3 때 학교를 17일만 출석하고도 졸업을 했고, 체육 수행 평가를 보지 않았지만 만점을 받았다는 서울시 교육청의 감사 결과 발표가 학생들의 분노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고 3 수험생 30여 명은 17일 수능을 마치고 서울 보신각에 모여 촛불 집회를 열었다.

촛불 집회 주최 측은 "19일 집회에 서울에서만 50만명(전국 100만명)이 모일 것"이라며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을 중심으로 학익진 대형을 펼쳐 청와대를 포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SNS에는 촛불 집회가 열리는 장소와 시간을 안내하는 '대동하야지도'가 등장했다.

경찰은 19일 시위대의 행진을 내자동로터리 남쪽 200m 지점까지만 허용한다고 주최 측에 통보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을 허용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평화 집회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1~3차 촛불 집회와 달리 이번 집회에서는 보수 단체와 촛불시위대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보수 단체들이 이번 토요일에 '맞불 집회'를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 단체 회원 5000여 명은 19일 오후 2시부터 서울역광장에서 집회를 가진 뒤 촛불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하기로 했다. 박사모는 7만명 이상이 가입한 공식 온라인 카페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또 회원 수가 300만명에 달하는 자유총연맹 회원들도 이날 집회에 참가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격앙된 두 단체가 가까이서 맞붙기 때문에 충돌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