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이영복과 친분… '최순실 친목계' 계주 압수수색

부산 엘시티(LCT)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17일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청안건설 이영복(66) 회장과 최순실·최순득 자매가 포함된 계모임의 계주(契主) 김모(75)씨에 대해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이씨는 오랜 친분 관계에 있던 김씨의 권유로 2011년 친목계에 가입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김씨의 수입 의류 업체 사무실과 서초구 방배동 집 등을 압수 수색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회원이 25명인 이 계모임은 1인당 매달 1000여만원씩의 곗돈을 내고, 계원들이 돌아가며 곗돈 2억원을 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가 계모임을 통해 최순실씨 자매에게 엘시티 사업과 관련된 로비를 했는지 등에 대해서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씨가 자주 출입한 유흥주점 사장 P씨의 집과 주점도 압수 수색했다. P씨도 이씨와 같은 계원이며, 그가 운영하는 유흥주점은 계주 김씨의 수입 의류 회사와 같은 건물에 있다. 그러나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친목계를 한 것은 맞지만 최씨는 모른다. 모임은 나가지 않고 곗돈만 보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최근 몇 달간 이씨가 횡령한 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해왔다. 특히 이씨가 실소유주인 특수 관계 회사와 페이퍼컴퍼니 등 회사 10여 곳이 자금 추적 대상이다. 검찰은 횡령액 570억원가량 가운데 절반가량은 자신과 가족의 부동산 취득 비용, 차명으로 세운 회사 운영비, 생활비, 유흥비 등으로 쓴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나머지 절반가량은 이씨가 현금으로 인출했거나 상품권 등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현금으로 인출한 돈 가운데는 정관계 로비에 쓴 돈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주변에는 이씨가 여야 유력 정치인과 부산시 고위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그러나 이씨는 "(돈을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잡아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도 지난 6~7월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엘시티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첩보는 현 전 수석이 18대 국회의원이던 시절(2008~2012년)의 일과 관련돼 있었지만 그가 정무수석이 된 이후에도 문제가 될 일을 했는지 내사했다는 것이다. 특별감찰관실은 7월 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비위를 감찰하면서 현 전 수석 내사는 잠정 보류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현 전 수석은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엘시티AMC(자산관리회사) 대표를 지낸 정기룡 부산시 경제특보 사무실도 압수 수색했다. 이날 오전 태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정 특보는 부산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엘시티 자산 관리 회사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는 엘시티 관련 인허가가 모두 끝난 상태여서 해당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PFV가 지난해 4월 6일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와의 시공 계약을 해지한 이후 11일 만인 17일 포스코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한 데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시행사가 부도를 내더라도 끝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책임 준공 보증'을 시공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포스코건설 측은 "민간개발사업 수주에 대해 시공사가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보증은 시행사 채무인수, 대출 원리금 지급, 책임 준공 등 세 가지가 있는데 책임 준공은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빚 1800억원이 있는 이씨가 2조7000억원 규모의 엘시티 사업을 따낸 점, 금융권이 대출 한도를 무려 1조7800억원으로 책정해 준 점 등이 의심스럽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부산시가 도시계획을 변경해 높이 제한을 해제하는 등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앞서 검찰은 엘시티PFV 서울 사무소와 부산 본사 사무실, 분양 대행사, 남구 문현동 부산은행 본점, 부산시, 부산도시공사, 해운대구, 구의회 등을 압수 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