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18 15:56

군대와 비교할 순 없지만, 회사도 일종의 조직 집단이다. 특히 수천, 수만 명의 직원을 둔 기업은 군대 이상의 내부 규율이 필요하다. 많은 인원을 적절하게 통제를 해야 하는 회사는 군대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상명하복의 시스템이 그것이다. 외국 여러 유수기업과 비교해 볼 때 대한민국의 대기업은 이러한 문화가 특히 잘 발달하여 있다.

이런 문화가 많은 인원을 통솔하는 조직에서 최선책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병폐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월에 국내 굴지의 모 자동차 회사 직원의 예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이 직원은 20년 이상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이발사에 얽힌 옛 우화도 있듯 불의를 보면 그것을 참지 말고 개선을 외쳐야만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다. 그것을 그냥 묻어두고 덮어두면 나중에는 반드시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그 직원은 비록 수 십 년 몸담아온 회사지만 잘못된 부분은 고치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회사 측에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자 몇 차례 건의했으나 번번이 무시당하고 거절되었다고 한다. 마침내 그 참음에도 한계점에 도달하다 보니 외부 언론을 통해 본인 회사의 문제점을 과감히 노출했다.

대한민국 수백만 명의 회사원이 있지만 이렇게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의 비리를 폭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러한 행동은 곧 그 조직에서 퇴사를 각오해야만 하고 나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날리는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에게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직원의 행동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후련한 마음도 든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소통의 굳건한 벽이 있음을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소통은 위에서 아래로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말로만 하는 소통이 아닌 위에서도 진정성을 갖고 소통을 해나갈 때 비로소 대한민국 기업의 장래가 보장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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