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오리벨트 덮친 AI… 수도권까지 확산

중국에서 사망자 6명을 낸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국내 서해안과 중부 내륙 지방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국내에서 H5N6형 AI 바이러스가 발견·확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충북 음성군 오리 농장과 전남 해남군 산란계 농장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를 정밀히 조사한 결과 고병원성 H5N6형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19일 전남 무안·충북 청주의 오리 농장과 20일 경기 양주 산란계 농장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고병원성 H5N6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음성군 오리 농장 두 곳에서도 20일 AI 의심 신고가 추가로 접수됐다. H5N6는 10월 28일 천안 풍세면 봉간천 주변의 야생 조류 배설물에서 국내 첫 검출됐다.

H5N6는 인체 감염이 가능한 고병원성 AI다. 2014년 이래 중국에서 15명이 감염됐고 이 중 6명이 숨졌다. 이 외 국가에서는 사망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AI는 혈청 유형에 따라 H형 16종과 N형 9종으로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2003~ 2011년(2005·2009년 제외) H5N1이, 2014~2016년 봄에는 H5N8이 유행했다.

이번에 유행하는 H5N6의 경우 과거 큰 피해를 주었던 H5N1에 비해서는 치사율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H5N1의 경우 2008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854명이 감염되고 450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는 H5N1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닭·오리 약 2500만마리가 살처분되고, 3800억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됐다. 이후 발생한 H5N8은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닭·오리 살처분 보상 등으로 재정 2500억원이 들었다.

이번 AI가 서해안에서 확산되는 것은 AI를 유입시키는 철새와 감염에 취약한 오리가 해당 지역에 집중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오리 농가의 경우 전체의 90%가 충남·북과 전남·북에 몰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오리 농가의 경우 양계 농가보다 규모가 영세하고, 사육 특성상 사람이 자주 사육장에 드나들어야 해 감염에 취약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방역뿐이라고 지적한다. AI는 바이러스 유형이 144개로 구제역(7개)보다 훨씬 많고 백신 접종도 어렵다.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닭·오리가 부화 후 한 달쯤 뒤 출하되고, 마리당 가격도 낮기 때문에 비싼 백신을 맞히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서울·경기·충청·전라 등 서부 지역 일대의 가금류 관련 종사자·차량·업체에 대해 19일 자정부터 36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초동 방역을 추진 중"이라며 "AI 발생 지역의 가금 사육 농장, 철새 도래지 등의 방문을 가급적 피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