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살 빠지는 다이어트 용어 ③] 영양밀도

“고구마 한 개와 라면 반 개의 칼로리가 비슷하네요. 그럼 라면을 먹어도 되죠?”
영양 상담을 하면 한결같이 하는 질문이다. 그만큼 다이어터들에게 있어 음식조절은 쉽지가 않다. 영양밀도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이어트 할 때 소비 칼로리가 섭취 칼로리보다 더 많아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성인 평균 섭취권장 칼로리가 남성은 2,500kcal, 여성은 2,000kcal이지만, 다이어터들은 이보다 적게 섭취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칼로리보다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칼로리가 같은 음식이라고 영양성분까지 똑같지 않다는 점이다. 총열량을 구성하는 각각의 영양소의 비율도 살펴봐야 한다. 이를 ‘영양밀도’라고 한다.

영양밀도란 열량 대비 좋은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있는가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가정 의학 전문의 조엘 펄먼은 저서 『기적의 밥상』에서 영양밀도를 쉽게 파악하기 위한 영양밀도점수를 소개했다. 최고 점수인 100점에 가까울수록 영양밀도가 높은 음식으로 저열량이면서 좋은 영양소가 많이 들어있는 음식이다.

영양밀도점수가 높은 음식에는 녹황색 채소, 낫토나 두부 등 콩으로 만든 음식, 미역이나 다시마 등의 해조류, 생선, 버섯, 고구마, 감자, 마 등이 있다. 반면 영양밀도점수가 낮은 음식에는 고열량에 영양소도 별로 없는 라면이나 패스트푸드, 과자나 아이스크림 같은 가공식품이 있다. 즉, 고구마 한 개와 라면 반 개의 칼로리가 같을지라도 라면이 고구마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영양밀도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양밀도가 높은 채소나 해조류만 먹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섭취하지 않은 채 채소나 해조류만 먹으면 오히려 살이 더 찐다. 주영양소가 부족할 경우 다이어트에 해가 되는 호르몬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주영양소가 없는 저칼로리 식사를 하면 공복 호르몬이라고 하는 그렐린 호르몬 수치가 증가하여 배고픔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또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가스트린억제폴리펩티드 수치가 올라가 지방이 더 잘 쌓인다.

인슐린은 혈액 속에 당을 분해하는 일꾼으로 남은 혈당을 지방세포로 저장하는 호르몬인데, 인슐린의 분비가 많을수록 몸속에 지방이 더 많이 쌓인다. 게다가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렙틴 호르몬 수치는 내려간다. 살을 뺀다고 제한된 식사를 하면 오히려 살이 쉽게 찌는 몸으로 변한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한다면 주영양소가 포함돼 있으면서 영양밀도가 높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의 경우 쌀밥보다 영양밀도가 높은 잡곡밥이나 고구마를, 단백질은 고기 대신 생선을, 지방은 기름 대신 견과류를 섭취하면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챙기면서 건강한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다. 특히 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체중감량뿐 아니라 회복 속도도 신경 써야 하므로 영양밀도가 높은 음식들을 더욱 챙겨 먹어야 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정은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