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와 16년… 이젠 미혼모도 도와요"

"해외로 입양 간 나경이가 잘 크고 있다면서 뛰어노는 사진을 양부모를 통해 보내주셨어요. 발달 장애가 있어 걱정했는데 해맑게 잘 자랐더라고요. 아이들이 자라는 소식을 들을 때 제일 행복해요."

배우 김정은(40)씨가 6년 전 자신이 안고 찍은 나경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2001년부터 대한사회복지회(회장 이용흥) 홍보대사를 맡은 그는 입양 대상 아동과의 사진전 촬영, 영아원 봉사 활동 등을 16년째 이어왔다. 올해부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엄마는 히어로' 캠페인도 시작했다. "새 가정을 만나는 입양도 좋지만, 아이가 친부모 품에서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겠다"는 취지다.

"'부~자 되세요'로 화제가 된 카드사 광고를 찍은 뒤였어요. 하도 인기다 보니 물질만능주의 조장이라며 시사 프로그램에서 인터뷰까지 왔었죠." 대한사회복지회가 홍보대사를 제안했던 16년 전을 회고했다. "그 광고 때문에 홍보대사 제안이 쏟아졌는데 가장 먼저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연락이 왔었다"면서 "당시엔 알려지지 않은 사회복지 기관이었지만 같이 커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인연을 맺게 됐다고 했다.

바쁜 일정에 쫓기는 연예인이 한 활동을 16년 동안 이어오긴 쉽지 않다. 하지만 김정은은 "오히려 내가 운이 좋았다"며 부끄러워했다. "매달 봉사하겠다는 강박으로 매달렸다면 금방 지쳤을지 모른다"면서 "저를 필요로 하실 때마다 간간이 찾다 보니 어느새 16년이 지났다"고 꾸준한 봉사 비결을 밝혔다.

대한사회복지회는 조세현 사진작가와 함께하는 '사랑의 사진전'으로 많이 알려졌다. 2003년부터 100명이 넘는 스타와 유명 인사가 동참해 입양 대상 아동과 사진을 찍어 전시회를 열었다. 김정은은 사진전에 여덟 번 참여해 연예인으로서 최다 기록을 세웠다. 2004년부터 연예인 봉사단 '따사모(따뜻한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하면서 동료 배우에게 함께하자는 제안도 여러 번 했다. "제안했을 때 그 누구도 거절한 적이 없어요. 많은 사랑을 받으면 돌려 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나 봐요. 요즘은 인기 많은 아이돌도 사진을 찍으러 달려와 줘 저까지 촬영 기회가 돌아오지도 않아요(웃음)."

영아원과 장애 아동이 있는 암사재활원에서 직접 봉사하기도 한다. 김정은은 "돌돌 만 수건에 기대 놓은 젖병을 아이들이 혼자 빨아먹고 있을 때 가장 안타까웠다"고 했다. 봉사자 수가 적다 보니 태어난 지 일주일을 갓 넘긴 아이가 스스로 우유를 먹어야 한단다. 올해 결혼하고 아이를 보는 시각이 더 애틋해졌다. "이 아이가 엄마 품에서 자라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마음이 깊어진다고 했다.

작년 MBC 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선 전직 강력반 여형사 출신으로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엄마 역할을 맡았다. "발랄하고 푼수 같은 신데렐라 역할부터 억척 아줌마까지 맡아봤지만 남자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해 갈등을 일으키는 민폐 캐릭터는 싫어요. 주먹질로 적을 물리칠 필요는 없지만, 여자만의 방식, 엄마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캐릭터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은 현명하잖아요."

현재 한양대 연극영화과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는 그는 "요즘 삶을 거꾸로 사는 기분"이라 말했다. "결혼 전 20대부터 아기와 인연을 맺고, 배우가 뭔지도 모르고 현장에 투입돼 연기를 시작했어요. 20년이 지나서야 진짜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고대 희곡 이론을 공부하게 됐네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고 난 후에 '그때 그 경험은 뭐였을까' 의미를 되돌아보는 삶도 재밌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