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460→200m… 촛불, 靑 코앞까지 가나

오는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5차 촛불집회에 주최 측이 150만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23일 서울 중구 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6일 집회에) 서울에서만 150만명, 전국적으로 200만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주최 측 추산 100만명, 경찰 추산 26만명)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가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주말 대입 논술고사를 마친 고3 수험생을 비롯해 중고생 참여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중산층 밀집 지역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경기고 학생들은 23일 교내에 있는 4·19 위령비 앞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교생의 70%가 참여한 시국선언에서 학생들은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으로서 정유라의 특혜 의혹은 분노, 절망 그 자체였다. 정유라를 향한 부정한 특혜는 우리의 노력을 짓밟았고, 마음속에 공허와 분노만을 남겨 놓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조직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서울대 교수들 가운데 일부도 이번 토요일 집회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서울대 교수'라는 깃발을 들고 참가하기로 했다.

국민행동 측은 26일 집회 시간과 행진 코스를 연장해서 집회의 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 19일 4차 촛불집회를 자정쯤 마치고 자진 해산한 것과 달리, 5차 집회는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이어간다는 것이다. 국민행동에 속한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은 트랙터와 트럭 수십대를 끌고 상경(上京)하기로 했지만, 경찰은 시위가 격화될 것을 우려해 서울 진입을 불허할 방침이다.

주최 측은 지난 촛불집회 때 가지 못했던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실제로 행진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3·4차 촛불집회 때 경찰의 최후 저지선이었던 내자동로터리(청와대에서 900m)를 지나 청와대 바로 인근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청와대에서 200m)까지 행진한다는 것이다. 국민행동은 "퇴진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에게 성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선 청와대 앞까지 반드시 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촛불집회가 거듭될수록 시위대와 청와대 간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촛불집회 전까지 경찰의 전통적인 저지선은 광화문 사거리였다. 그러나 법원은 3차 집회 행진을 내자동로터리까지 허용한 데 이어, 4차 때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청와대에서 460m)과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청와대에서 400m)까지 길을 열어줬다.

경찰은 일단 26일 행진을 내자동로터리 근처까지만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원이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길을 열어줄 가능성을 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평화 시위대라고 해도 일단 청와대 코앞까지 가면 흥분해서 청와대로 진격하자는 과격한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시위대의 10%도 안 되는 경찰력으로는 상황을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또 다른 고민은 시위대의 '안전'과 '질서 유지' 문제다. 내자동로터리를 통과하는 율곡로는 왕복 8~10차로로 넓은 편이어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 도로는 왕복 4차로인 데다 도로 양쪽에 경찰버스로 차벽(車壁)을 칠 경우 왕복 2차로 수준으로 좁아진다. 만약 이곳으로 시민들이 몰려든다면 '병목현상'이 생겨 시민들이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일의 사고 위험에 대비해 법원이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을 허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