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만화 보물선' 타고 동심의 세계로

지하철 7호선 삼산체육관역을 나서면 '만화의 보물선'이 나타난다. 한국만화박물관은 외관부터 커다란 배를 닮았다. 건물 유리 벽엔 국내 시사만화의 간판이었던 '고바우 영감'이 그려져 있고, 입구 앞엔 '아기공룡 둘리' 미끄럼틀이 관람객을 맞는다. 한국 만화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책인 '토끼와 거북이'(1946년 출간), 1950~1960년대 만화책 1만여 점, 고우영·허영만 등 유명 작가들의 육필(肉筆) 원고 15만점이 있다. 바로 옆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는 국내 만화 작가의 40% 정도인 400여 명이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최대… 만화 27만권 소장

만화박물관 2층에 있는 만화도서관은 국내 최대의 만화 전문 자료실이다. 국내·해외 만화뿐만 아니라 만화에 관련된 학술자료, 논문 등 27만여 권의 장서를 갖췄다. 23일 오전 체험학습을 하러 온 구산중학교 학생 10여 명은 일반 열람실에서 만화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2학년 문현교(14)군은 "학교가 바로 옆이라 자주 찾는다. 웹툰 단행본 두 권을 읽었다"고 말했다.

김용환의 '코주부 삼국지', 길창덕의 '꺼벙이', 박수동의 '고인돌' 등 이미 절판되거나 희귀한 자료도 컴퓨터 스캔본으로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은 물론, 4050세대도 만화를 보며 추억에 젖는다. 김정수(57·부평구 삼산동)씨는 "어렸을 때 봤던 만화잡지 '보물섬'을 여기서 다시 볼 수 있어 놀라웠다"고 했다. 만화도서관에서 만화책을 대출할 수는 없다. 도서관 관계자는 "일반 도서보다 인쇄 품질이 떨어지는 만화책의 특성상 대출을 하면 문화자산으로 보존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일반 열람실 옆에는 아동 열람실, 만화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영상 열람실이 있다.

◇전 세대가 즐기는 만화 세상

만화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은 입구부터 등장하는 뽀로로·타요 등 친근한 캐릭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작년 한 해 총 26만명이 만화박물관을 찾았다. 1층에 있는 380석 규모의 극장에선 만화영화 등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와 독립영화, 예술영화를 상영하며 세대별 문화 감성을 충족시킨다.

3층 메인 전시관인 '만화역사관'에서는 100년이 넘는 한국 만화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 탁자와 걸상 주위를 만화 서가가 빼곡하게 둘러싼 1960년대 만화방의 모습은 향수를 자아낸다. '사랑의 낙서' '대야망' '공포의 외인구단' 등 1970~1980년대 인기작과 '달려라 하니' '아기공룡 둘리' 등 명랑만화도 볼 수 있다. 4층엔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웹툰 작품을 중점적으로 둘러볼 수 있는 체험관이 나온다. '목욕의 신' '와라 편의점' 등 인기 웹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만화포토존', 만화를 따라 그려볼 수 있는 '나도 만화가-만화그리기' 체험존은 관람객으로 붐빈다. 만화도서관은 입장료가 없지만, 3~4층 만화박물관을 보려면 5000원(만 4~64세)을 내야 한다. 1층 상영관도 성인 5000원(청소년 4000원)의 관람료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