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집·학원'에 갇힌 학생들 돕겠습니다

"상을 받아 기쁘지만 딸 생일도 못 챙긴 엄마라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수상 소감을 말하는 최영희 교사(60·부산 경남여중)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39년 교직에 몸담으면서 학생들 가르치느라 늘 뒷전이었던 가족 생각에 목이 멘 듯했다. 지켜보는 가족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최 교사는 "엄마를 학교에 양보해준 아들과 딸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조선일보사·방일영문화재단이 공동 제정·시상하는 '2016 올해의 스승상' 시상식이 2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수상자 15명은 하나같이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늘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헌신한 것이다. 신생 학교를 5년 만에 '전국 100대 우수 학교'로 이끈 정영공 교사(50·충북 오송고)는 "저녁이나 주말에도 학교 일을 하느라 두 딸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 못 해줬다"면서 "(수상은) 묵묵히 응원해준 가족 덕분"이라고 했다. 17년간 고3 반만 맡아 '집밥' 먹을 일이 거의 없었다는 양창수 교사(54·제주과학고)는 "이런 큰 상을 받은 건 온전히 가족들이 믿어준 결과"라고 말했다. 박성진 교사(56·충남 배방고) 역시 "매일 늦게 들어가도 따듯하게 맞이해준 가족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2002년 첫 수상자를 배출해 14회째인 '올해의 스승상'은 15명의 '스승'을 호명했다. 이들까지 합쳐 총 184명의 교사가 이 상을 받았다. 이날 서울은 낮 기온이 0도인 추운 날씨였지만 시상식장에는 제자와 학부모, 동료 교사 등 200여명이 모여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이시영 교사(55·강원 사북고)의 여제자 3명은 교복을 입고 상경해 스승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임병우 교사(57·서울 청량고)와 함께 근무하는 신동환(28) 교사는 "임 선생님은 학교에서 연장자에 속하지만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운동장 청소를 하시는 등 동료 교사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라고 말했다.

수상자들은 앞으로도 헌신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임 교사는 "우리나라에 다문화·탈북 가정 학생이 6만명이 넘는데 주변에서 사소한 말로 상처를 주지 않는지 되돌아보자"고 말했다. 서재흥 교사(54·경기 낙생고)는 "학교-집-학원이란 '마의 삼각지대'에 갇힌 학생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상식이 끝난 후 교사들은 가족, 제자, 동료가 건넨 꽃다발에 파묻혀 사진을 찍었다.

이준식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인재 강국으로 거듭나기까지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학생 지도에 헌신하는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모두 올해의 스승"이라고 말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여기 계신 선생님들이 걸어온 힘들지만 보람된 여정을 보며 더 많은 선생님이 힘을 얻고 본받을 것"이라고 했다.

시상식에는 올해의 스승상 심사위원장인 정원식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조연흥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장남순 한국초등여교장협의회장, 최수혁 한국중등교장협의회장,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 모임인 '한올회' 회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