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시중 금리… 금융당국 "강력 제동"

금융 당국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시장 금리에 제동을 걸겠다고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8일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고,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정부 서울 청사에서 열린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미국 대선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커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속화될 가능성으로 시장 금리 상승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을 알리는 강력한 구두(口頭) 개입으로 봐달라"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조달러(약 1170조원)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예고하면서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미국의 시장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국내에서도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인 채권 금리 등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4% 후반대로 뛰어올랐다.

이날 발언은 통화 당국 수장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시장 불안이 확산될 우려가 있으면 적시에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과 연결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금융 당국이 직접적으로 시중 금리 오름세를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고, 한은이 동원할 수 있는 방법들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금리 상승세 막기 총력전

임 위원장이 언급한 시장 안정화 조치로는 일단 금융감독원이 진행 중인 금리 상황 점검을 꼽을 수 있다. 금감원은 최근 각 은행에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서면으로 보고하라고 했다. 가산 금리를 높인 이유 등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사회적 비난을 불러올 정도로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 금리 상승으로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에 대한 대책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임 위원장은 "최근 금리 상승으로 취약 계층의 상환 부담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연체자 보호를 강화하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금리 상승이 더 가팔라져 채권 시장에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는 경색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 해운업 등 취약 업종 지원에 사용했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덧붙여 신용도를 높여 발행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채권 시장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까지 고려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채권 시장 개입, 효과 안 나타나

한국은행과의 '2인 3각' 공조 체제도 이미 가동되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행 예정이었던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 물량을 당초 정했던 1조원에서 3000억원으로 낮췄다. 통안증권은 한은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할 목적으로 발행하는데 발행 규모를 줄이는 방법으로 채권 공급량을 축소하면 국고채 가격이 상승, 국고채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1일에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8년 만에 시중 금리 급등세를 완화하기 위해 1조2700억원어치의 국고채를 채권 시장에서 사들였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물량을 줄여 국고채 가격이 높아지면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조치들이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한은이 매입을 예고한 지난 18일 1.736%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1.811%(지난 25일 기준)까지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