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世의 저항 정신 덕에 오늘의 우리 있어"

"오늘은 수상 소감을 대신해 민세 선생에 대한 짧은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7회 민세상(民世賞) 시상식에서 학술연구부문 수상자인 신용하(79) 서울대 명예교수가 운을 떼자 시상식장은 학교 강의실로 변했다. 신 교수는 미리 준비한 원고도 없이 "민세 안재홍(安在鴻·1891~1965) 선생은 일제 시대에도 우리의 언어와 문자, 역사를 강조하면서 한글 보급 운동과 우리 민족의 유적 보존 운동에 앞장섰다"면서 "민세가 9차례 투옥되고 7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면서 저항 정신을 잃지 않은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1976년 '독립협회 연구'를 시작으로 '박은식의 사회사상 연구' '신채호의 사회사상 연구' 등 50여권에 이르는 저서를 펴낸 공로로 상을 받았다. 특히 신 교수는 '신간회의 민족운동'을 통해 일제의 황민화(皇民化) 정책에도 굴하지 않던 민세 안재홍 선생의 저항 정신과 민족정신을 조명해 민세의 한국학 정신을 계승한 후학(後學)으로 평가받는다. 신 교수는 "정신적 스승인 민세를 기리는 상을 받아 영광"이라며 "민세의 독립 정신을 재조명하는 저술 작업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사회통합부문 수상자인 손봉호(78)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밀알복지재단' '기아대책' 이사장 등을 맡아 사회 통합과 기부 문화 확산, 소외 계층 지원에 앞장섰다. 손 대표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아동 돕기 활동을 하고 있어 시상식엔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수상한 아들 손화철 한동대 교수는 "사회 통합과 민족 통합을 위해 노력했던 민세 선생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겠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민세상은 엄혹한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에도 '열린 민족주의'와 좌우 통합을 주창했던 민세 안재홍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일제강점기에 언론인·사학자·정치가로 민족운동에 헌신했던 민세는 조선일보 주필·부사장·사장을 지냈고, 좌우를 아우른 최대 민족운동 단체인 신간회의 총무간사를 맡았다. 광복 후엔 미(美) 군정 민정장관과 제2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6·25전쟁 때 납북됐다. 강지원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장은 "요즘 지도자의 양심과 품격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공익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목숨처럼 여긴 민세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세상 시상식은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주최, 평택시 후원, 조선일보사 특별후원으로 매년 민세 선생의 음력 생일에 맞춰 열린다. '민세 탄생 125주년'을 맞은 올해 시상식에선 시인 유자효의 송시(頌詩)가 낭송됐다. 이날 시상식엔 강지원 회장, 서경덕·김향순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 공재광 평택시장, 이세중 환경재단 이사장, 이필재 평택대 총장,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태익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 민세상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이 참석했다.

또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경희 지식산업사 사장, 원주희 샘물호스피스 회장,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이사, 서경석 기아대책 부회장, 김동흔 나눔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민세 선생의 손자 안영돈·안영운씨와 손녀 안혜초씨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