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인 척하는 풍경화"

소나무와 푸른 연못이 돋보이는 경주 월지(안압지)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못엔 연꽃 잎, 물가엔 사슴. 그러나 어딘가 어색하다. 작품은 월지를 재현한 모형을 보고 그린 그림. 작가 정소연(49)의 '안압지'다. 그는 "'풍경'인 척하는 풍경화"라고 했다.

가상과 실재(實在)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이는 정소연의 '어떤 풍경'전(展)이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오는 14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풍경과 실존하는 특정 지역의 모형을 보고 그린 의사(擬似) 풍경 등 20여점의 회화와 드로잉으로 이뤄져 있다.

작가의 '어떤 풍경' 시리즈〈사진〉는 파란 하늘 아래 무채색 건물이 들어찬 동네를 보여준다. 하늘은 진짜를 보고 그렸지만 건축은 작가가 직접 찍은 20여개의 국내외 건축 사진의 조합이다. 선명하게 대비되는 무채색과 파란색이 풍경을 더욱 초현실적이게 만들어준다.

정 작가는 "진짜 같지만 비현실적인 건축 모형을 이용해 풍경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싶었다"며 "작품 속 상황에 몰입해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닌 한 걸음 뒤로 떨어져서 보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작품을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02)730-7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