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 넣고, 천안함 빼고… 左편향 검정교과서 계속 써야하나"

교육부가 지난 28일 공개한 국정 역사 교과서를 내년 신학기부터 적용한다는 원래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내년에는 결국 좌편향 논란이 있는 기존 검정 교과서를 그대로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여러 대안을 검토하면서 다음 달 23일까지 교과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어느 대안을 택하든 내년도에 국정교과서를 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국·검정 혼용 방식'뿐 아니라, '국정교과서 적용 시기 1년 유예' '시범 학교 도입' 등 대안은 모두 2018년에야 국정교과서를 사용할 수 있는 안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단일 국정교과서를 내년부터 사용한다'는 애초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기존 검정 교과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 고교에서 쓰는 한국사 검정 교과서 8종에는 좌편향 내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013년 검정을 통과한 뒤 교육부의 수정 권고, 수정 명령을 거쳤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나 교육계에서는 "기존 검정 교과서에 문제가 아직 남아있는데, 내년에 다시 그 교과서로 애들을 가르쳐야 하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통성 부분이다. 예를 들어 미래엔 교과서(313, 315p)는 한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이라고 서술했다. 동아출판 교과서(272~273p)는 남한은 남한만의 선거로, 북한은 남북한이 모두 참여하는 선거로 묘사해 학생들이 마치 정통성이 북한에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군사 도발을 축소하거나 아예 누락하는 경우도 있다. 천재, 비상, 리베르 교과서는 천안함 피격 사건을 다루지 않았고, 미래엔 교과서는 도발 주체를 알 수 없게 '천안함 침몰'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수 교과서가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 1~4줄로 짧게 서술하는 데 그쳤다.

일부 교과서는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체제 선전용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리베르스쿨(368p)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비판 없이 그대로 싣고 있다. 또 금성교과서(373p)는 북한의 토지 개혁이 농민에게 토지 소유권을 준 게 아니라 경작권을 준 것이라는 한계점을 본문이 아닌 각주에 서술하고 있다.

6·25전쟁 원인을 오해할 수 있게 서술한 교과서도 있다. 동아출판 교과서는 '38도선이 그어지고 6·25전쟁이 일어나기 이전 남북한 간에 많은 충돌이 있었다. …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은 서로 통일을 주장하였다'(278p)는 내용의 자료를 넣어 마치 전쟁 책임이 남북 모두에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게 서술했다.

이경균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기존 검정 교과서들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제대로 부각하지 않았고 남한과 북한을 마치 동등한 국가인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며 "이런 교과서로 공부해서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미숙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는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느냐 반성하느냐와는 별개로, 아이들에게 우리 나라 역사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역사 교과서로 가르쳐야 하는 점이 제일 중요하다"며 "기존 검정 교과서 문제점을 그대로 놓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