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깃발 찢기고, 계란 맞고… 새누리로 옮겨붙은 촛불

6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 내걸린 '국민 여러분 한없이 죄송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국정을 수습하겠습니다'는 현수막이 시위대가 던진 계란으로 얼룩졌다.

이날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열린 사전집회에서 사회자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새누리당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하자 시위대가 일제히 계란을 던진 것이다. 일부 시위대는 '박근혜 국정 농단 공범 새누리당'이라 적힌 가로 15m, 세로 8m 크기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그동안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진행됐던 촛불집회가 이날 새누리당을 겨냥해 여의도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대통령 퇴진'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해체', '새누리당 공범자' 등의 구호도 외쳤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을 겨냥한 시위는 전국 각지에서 있었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강원 춘천 김진태 의원 사무실 앞에 1만5000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3000명)이 모여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지역구인 전남 순천시에서는 5000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500명)이 모여 '대통령 퇴진'과 '이정현 퇴출'을 외쳤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에는 시위대가 '박근혜·최순실 공범이당 부산광역시당'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대구의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입주 건물에도 시위대가 '새누리당' 대신 '내시환관당', '정계은퇴당', '주범이당' 등의 글자를 넣은 현수막을 걸었다. 경남 창원 새누리당 경남도당 주변 나무에는 시민들이 항의의 표시로 노란 리본을 매달았다. 충북도청 인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이 지역 새누리당 의원 전화번호가 전광판에 공개됐고 시민들은 "사퇴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일제히 보냈다.

이날 친박(親朴) 단체들도 서울 여의도와 서울역광장 등에서 대통령 퇴진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촛불집회 참가자와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 3만명(주최 측 추산)은 동대문에서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 행사'를 열었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회원 5000명(주최 측 추산)은 서울역 광장에서 "우리는 자랑스러운 4％, 박근혜 대통령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직 의원 휴대폰 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각종 항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에 시달리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물론 비박계 의원들에게도 '대통령을 탄핵시키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문자 메시지가 하루 수천 통씩 쏟아지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전화가 걸려오자 휴대폰 착신을 정지시켰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새벽 시간대에 인신공격성 전화를 받거나, 쉬지 않고 항의가 들어와 정작 필요한 업무를 하지 못한다"며 "온갖 개인적 음해 메시지도 오고 있다"고 했다.

2일 개설된 박 대통령 탄핵 청원 사이트 '박근핵닷컴( parkgeunhack.com )'을 통한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4일 밤까지 75만여명이 참여했다. 네티즌이 이 사이트를 통해 의원 이름이나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입력해 박 대통령 탄핵 청원 메시지를 올리면 해당 의원 이메일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쌓여가는 탄핵 청원 이메일을 보면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소속 의원들 찬반 의사를 자의적으로 구분한 뒤, 명단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을 이날 검찰에 고소했다. 새누리당은 표 의원이 지난달 30일 언론 보도와 발언 등을 기준으로 국회의원 전원의 탄핵 찬성·반대·주저를 구분한 리스트를 페이스북에 올린 이후 새누리당 의원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인터넷에 유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4일 "표 의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며 "표 의원이 명단을 공개한 시점에 의원 전화번호가 유출됐기 때문에 표 의원과 유출자가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표 의원은 3일 SNS를 통해 "공인인 국회의원 전화번호는 별도의 사적 전화가 아닌 한, 명함 등으로 적극 공개한다"며 "그걸 다른 사람에게 공개했다고 해서 개인정보보호 위반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