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행복의 응원군" 테리 이글턴의 知的 탐구

인생의 의미｜테리 이글턴 지음｜강정석 옮김｜책읽는수요일｜188쪽｜1만2000원

영국 좌파 문예 이론가의 2007년 저작.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임하는 저자에게 '삶의 의미'는 다소 낭만적이고 한갓진 주제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유물론과 관념론의 불편한 동거 같다고 할까. 하지만 한글판 200쪽에 못 미치는 이 책에서 저자는 기호학과 마르크스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을 횡단하면서 유쾌한 지적(知的) 탐구를 펼친다.

책의 입장은 다소 까다롭고 복잡하게 보이지만, 비교적 명쾌하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삶은 오케스트라보다는 재즈 밴드에 가깝다. 단원들의 즉흥 연주가 밴드 전체의 음악과 충돌하기보다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식은 행복의 적(敵)이 아니라 지원군"이라고 믿는다는 점에서는 낙관주의의 편에 서고자 한다. "삶의 의미는 형이상학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윤리적인 문제"라면서 실천을 강조하는 결론에서는 짜릿한 감동도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