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도살자'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

HHhH｜로랑 비네 지음｜이주영 옮김｜황금가지｜436쪽｜1만3800원

작전명 '유인원'(類人猿). 1941년 12월 28일, 체코 망명정부의 2인 암살단이 낙하산을 메고 폭격기에서 뛰어내린다.

독일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을 주도한 '프라하의 도살자'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을 다룬 소설. 제목은 당시 떠돌던 '나치 친위대 사령관 힘러의 두뇌는 하이드리히라고 불린다'(Himmlers Hirn heiβt Heydrich)는 항담의 줄임말이다. 저자는 2010년 발표한 이 첫 번째 장편으로 프랑스 공쿠르 신인상을 받았다.

작전에 투입된 체코슬로바키아의 20대 청년 요제프 가브치크, 얀 쿠비시의 영웅적 행보에 대한 서사다. 이따금 역사는 그 자체로 스펙터클이 된다. 1942년 5월 27일 오전 10시 30분, 출근길에 들어서는 하이드리히의 검정 메르세데스를 향해 가브치크가 돌진한다. 기관총을 조준한다. 발사. 방아쇠가 말을 듣질 않는다. 작전이 엉망이 되려는 찰나, 얀 쿠비시가 수류탄을 꺼내 든다.

역사학자의 아들이기도 한 저자는 '실제가 아니면 쓰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집필하는 작가. "역사소설에서 제일 억지스러운 것은 죽은 페이지에 생명을 불어넣겠다는 이유로 직접 수집한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대사다."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배제해 문장이 깔끔하고, 페이지도 쉽게 넘어간다. "우리가 아무리 경의를 표해도 죽은 사람들은 모른다… 기억은 죽은 사람들에게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지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역사소설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읽는 내내 한편의 영화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데, 역시나 영화로 제작돼 내년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