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지난 '자살 보험금' 3500억원, 누구 돈?
입력 : 2016.12.06 23:06
[삼성·교보·한화생명 지급 거부… 금감원은 "중징계 하겠다"]
"시효 지난 건 지급 의무 없어" 대법원, 보험사들 손 들어줘
"약관 준수 의무 안지킨게 문제" 금감원, 강하게 보험업계 압박
알리안츠가 먼저 '백기' 들고 오너 경영 교보도 따를 가능성… 금융위 개입 자제하지만 떨떠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퇴근 시각인 오후 6시가 넘어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에게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금감원이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알리안츠생명 등 4개 보험사에 중징계 사전 통보를 했다는 뉴스를 보고 전화기를 잡았다. 중징계는 최고경영자(CEO) 해임이나 인허가 취소까지도 포함되는 쇠몽둥이인데 금감원에서 사전에 아무런 통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의 전화에는 금감원이 '무리수'를 둔다는 우려가 깔려 있었다.
금감원은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면 될 일"이라고 보험사들을 공격하지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인 소멸시효(2년·2015년부터는 3년)가 지난 경우에는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났으면 지급 의무가 없다"고 보험사들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는 악당이고, 금감원은 보안관인 단순한 구도가 아니다. 보안관이 너무 지나치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면 될 일"이라고 보험사들을 공격하지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인 소멸시효(2년·2015년부터는 3년)가 지난 경우에는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났으면 지급 의무가 없다"고 보험사들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는 악당이고, 금감원은 보안관인 단순한 구도가 아니다. 보안관이 너무 지나치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의도대로 중징계 압박은 효과를 내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5일 '백기'를 들었다. 그동안의 입장을 바꿔 미지급 자살보험금(600억원 정도)을 전액 지급하겠다고 했다. 교보생명은 6일 "일부라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금감원에 전달했지만,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자살보험금 문제의 뿌리
자살보험금 문제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감원은 ING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재해사망 특약에 가입할 경우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2~3배 많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살도 재해사망에 포함시켜 놓았는데 보험사들은 자살에 대해서는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했다. 대부분의 생명보험사에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 보험사의 실수였다. 보험사들은 2001년부터 자살도 재해사망에 포함시킨 약관으로 보험을 팔았다. 10년이나 지나서야 뒤늦게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며 약관을 고쳤지만, 이미 282만 건의 보험을 팔아치운 상태였다. 보험사들은 "금감원도 이 약관의 문제점을 2000년대 초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2014년까지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소멸시효가 지난 것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은 자살보험금과 관련해서 올해 두 차례 판결을 내렸다. 보험사들은 "문제의 약관은 단순 실수였다"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티다 대법원이 지난 5월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판결한 뒤에야 보험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등은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것은 시간을 끈 보험사의 잘못이니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9월에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 지급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추가 판결이 나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원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가입자가 소송을 냈어야 하는데, 소송을 내지 않고 시효가 지나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행법으로는 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보험사들이 지급하도록 할 방법은 없다.
◇금감원, "약관 위반 제재는 당연한 일"
금감원의 입장은 "대법원 판결과는 별도로 보험업법 위반(약관 준수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중징계하겠다"는 것이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하도록 보험사들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해 절차를 밟는 중인 알리안츠생명이 먼저 금감원 요구를 수용했다. 눈 밖에 나면 곤란한 처지라서다. 교보생명도 더 버티기 어려워 보인다. 중징계는 수위가 가장 낮은 문책 경고를 받더라도 오너인 신창재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삼성생명이 1500억원, 교보생명이 1100억원, 한화생명이 900억원 정도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행보가 '감독권 남용'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으면서도 감독기관 간 불협화음처럼 비치는 상황을 우려하며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치권까지 이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에 대해 3년간 보험금 청구 기간을 연장해주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자살보험금 문제의 뿌리
자살보험금 문제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감원은 ING생명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재해사망 특약에 가입할 경우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2~3배 많은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살도 재해사망에 포함시켜 놓았는데 보험사들은 자살에 대해서는 일반사망 보험금만 지급했다. 대부분의 생명보험사에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 보험사의 실수였다. 보험사들은 2001년부터 자살도 재해사망에 포함시킨 약관으로 보험을 팔았다. 10년이나 지나서야 뒤늦게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며 약관을 고쳤지만, 이미 282만 건의 보험을 팔아치운 상태였다. 보험사들은 "금감원도 이 약관의 문제점을 2000년대 초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2014년까지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소멸시효가 지난 것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은 자살보험금과 관련해서 올해 두 차례 판결을 내렸다. 보험사들은 "문제의 약관은 단순 실수였다"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티다 대법원이 지난 5월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판결한 뒤에야 보험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등은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것은 시간을 끈 보험사의 잘못이니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9월에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 지급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추가 판결이 나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원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가입자가 소송을 냈어야 하는데, 소송을 내지 않고 시효가 지나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행법으로는 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보험사들이 지급하도록 할 방법은 없다.
◇금감원, "약관 위반 제재는 당연한 일"
금감원의 입장은 "대법원 판결과는 별도로 보험업법 위반(약관 준수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중징계하겠다"는 것이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하도록 보험사들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해 절차를 밟는 중인 알리안츠생명이 먼저 금감원 요구를 수용했다. 눈 밖에 나면 곤란한 처지라서다. 교보생명도 더 버티기 어려워 보인다. 중징계는 수위가 가장 낮은 문책 경고를 받더라도 오너인 신창재 회장이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삼성생명이 1500억원, 교보생명이 1100억원, 한화생명이 900억원 정도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행보가 '감독권 남용'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으면서도 감독기관 간 불협화음처럼 비치는 상황을 우려하며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치권까지 이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월 소멸시효가 완성된 자살보험금에 대해 3년간 보험금 청구 기간을 연장해주는 특별법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