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여, 열심히 살면 기회는 옵니다"

"요즘 청년들이 취업도 어렵지만 짧게 일하다 그만두는 경우가 많잖아요.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세상에서 한 우물을 오래 판 장인(匠人)이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습니다."

이동주(30) 감독은 올해 제7회 서울메트로 국제지하철영화제에 초단편영화 '성우이용원'으로 1등 상을 차지했다. 그가 이 기쁜 소식을 전하러 6일 서울 공덕동 만리재를 올랐다. 90년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킨 성우이용원은 슬레이트 지붕 아래 약간 삐딱하게 서 있는 낡은 목조 건물이다. 삼색 이발소 표시등을 빼면 옛 모습 그대로다. 이발사 이남열(67)씨는 "1등? 기어코 뽑혔구나!"라며 자기 일처럼 반겼다.

초단편영화는 역(驛)에서 역으로 이동하는 90초 만에 볼 수 있다. '성우이용원'은 외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거쳐 3대째 한결같은 풍경 속에서 가위질을 멈추지 않는 이남열씨를 보여주는 짧지만 강렬한 다큐다. 이 감독은 "신문에 실린 사진만으로도 끌려 찾아갔고 그의 삶과 철학, 인생이 청년들에게 진동을 일으킬 것 같아 영상으로 기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촬영을 꺼렸는데 같은 광주 이씨라는 것을 알고 마음의 문을 열었단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이 감독은 영어 강사, 광고 회사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 현재는 웹콘텐츠를 만드는 식스스트릿(6ixstreet)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5월 촬영한 '성우이용원'은 서울 수색의 형제대장간, 충신동 일광세탁소, 대학로 학림다방 등 유서 깊은 공간과 사람을 영상으로 담는 '오래프로젝트' 중 한 편. 서울메트로 국제지하철영화제 본선(26편)에 진출해 관객 투표를 거쳐 1등에 선정됐다. 그는 "출품작 중 다큐는 이 한 편뿐이었는데 서울에 실제로 이런 이발소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남열씨가 들려준 메시지가 관객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1927년 문 연 성우이용원은 4평 남짓한 공간에 이발 의자 세 개, 타일 붙인 세면대, 물 덥히는 연탄 난로가 놓여 있다. 이남열씨는 손님을 하루에 10명만 받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명사들이 그에게 머리를 맡겼다.

'성우이용원'은 각본 없이 즉흥성과 일상성, 날것을 담았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한 청년 앞에서 이남열씨는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살다 보면 뭔가 잡히는 게 있을 거야. 꽉 잡고 안 놓으면 돼. 분명히 기회가 와. 욕심부리지 말고 열심히 살면 반드시 올 거야."

이 감독은 살아 있는 장인이라는 주제 아래 단편들을 모아 중장편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한 우물을 파겠다"면서 "10년, 20년쯤 뒤에는 극장 스크린에 영화를 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요즘 올라오는 웹콘텐츠는 빠르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에요. 일회용품처럼 소비돼 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요. 저는 의미와 정서를 담아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영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구태여 홍보하지 않아도 찾아가는 맛집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