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톡톡] 미세먼지 시달리는 파리 "지하철·버스 공짜… 차는 두고 오세요"

"차량번호 끝자리가 3이잖아요. 오늘은 짝수만 다니는 날입니다."

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생 라자르역 인근의 한 도로. 차량 2부제 단속에 나선 경찰들이 지나가던 승용차 한 대를 막아 세웠다. 차 주인인 50대 남성은 "급한 용무가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단호했다. 운전자는 결국 벌금 25유로(약 3만1000원)를 냈다.

반면, 같은 시각 시내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환호했다. 교통카드를 인식하는 단말기가 모두 꺼지면서 누구나 공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오염 문제로 비상이 걸린 파리시는 2014년부터 매년 하루씩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6~7일 이틀간으로 날짜를 늘렸다.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량과 택시·트럭 수송차 등 영업용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은 짝수와 홀수로 나눠 하루 동안 운행을 할 수가 없다.

파리 공기는 2010년 이후 급격히 나빠졌다. 도시 전체를 덮은 스모그로 파리 상징인 에펠탑 꼭대기가 뿌옇게 가려지는 현상이 수시로 벌어지자, 이달고 파리 시장은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놓았다.

연간 스모그가 가장 심한 때 하루를 골라 2부제를 실시하는 조치는 2년 전 도입됐다. 지난 7월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2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은 시내 진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또 올 5월부터 매달 첫 번째 월요일에 관광명소인 샹젤리제 거리 2㎞를 차 없는 보행전용 거리로 운영하고 있다.

파리시는 2부제 시행에 대한 보상으로 시민들에게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한다. 버스와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게 하고, 파리시 공공 전기차 '오토리브'와 공공 자전거 '벨리브'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이로 인해 파리시가 부담하는 비용은 하루 400만유로(약 50억원) 정도다.

파리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시민 대부분은 "파리 공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인프라가 부실한 상황에서 무리한 정책을 펼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