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짙게 낀 초겨울날. 우포늪으로 향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곳이다.
비가 오면 우포늪 우중도보가 될 것이고 흐린 날씨면 회색빛의 우포늪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억년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우포늪을 만나러 가는 길인 거다.
우포생태관에서 해설사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출발이다. 우포늪은 경상남도 창녕군 유어면, 이방면, 대합면, 대지면 4개 행정구역에 4개의 늪 우포(소벌), 목포(나무벌), 사지포(모래벌), 쪽지벌로 이루어졌다. 국제 람사르협약, 환경부 습지보호지역, 천연보호구역 지정된 자연 내륙 습지이다.
우포늪은 계절마다 다른 풍광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늪에 밑동을 담그고 있는 나무들이 원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처음 만나는 풍경이다. 천연 늪에는 곤충과 물고기, 새 등 1,500여 종의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날씨가 따듯할 때였으면 부들, 창포, 갈대 가시연꽃 등이 늪을 덮는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다른 멋진 풍광을 기대해 본다.
오늘 코스는 우포생태관-대대제방-사지포제방-주매제방-기러기마을-장재마을-우만제방-징검다리-사초군락지-제1전망대를 거쳐 원점 회귀한다. 그래도 16km이다.
평지로 이어진 산책로 둘레길이 1억 4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우포늪을 바라보며 조성되어 있다. 어디에 카메라를 맞추든지 작품사진이다. 이렇게 편한 길이었으면 카메라를 가져오는 건데 하며 후회를 한다. 수면 위로 큰고니 떼가 내려오는 모습이 아름답다. 제방 길 위에 안개가 자욱하다. 길벗들의 뒷모습이 멋져 보인다. 아마도 그들의 아웃도어 패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열왕산에서 시작된 토평천은 우포늪으로 흘러든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거문고처럼 아름답다는 무슬천을 지나 사지포 제방으로 돌아와서 숲 탐방로에 들어섰다. 사지포 제방은 새마을운동으로 1970년 쌓은 제방이다.
우포늪 사랑 나무 아래에서 가지고 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1980년대에 쌓았다는 주매제방을 지나 소목나루터를 지난다. 빨간색의 피라칸다 열매가 마을 입구에 있는 장재마을을 지난다. 장재마을은 소목과 장재 두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포늪에서 어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모여 살고 있다.
장재마을 앞 왕버들 수립은 우포늪 8경 중 으뜸이라 한다.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신비스럽고 고풍스러운 경치를 보며 길을 걷는다. 이 지역은 우포늪 중에서 가장 깊은 지대로 소나무가 많아 나무 땔감을 많이 모을 수 있는 곳이라서 목포 혹은 나무벌로 불린다. 나무 구유통과 닮아서 불린다는 말도 있다.
우포에서는 아무나 낚시를 할 수 없고 허가받은 어민만이 어로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허가된 고기잡이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한때 이곳은 습지보전법이 적용받는 곳인데도 물막이 공사가 진행되어 논란이 되었다. 어민은 물을 가두어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삶이 있고 겨울 철새들의 생태계를 위해서는 물이 흐름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어로 금지 기간 이후 물의 수량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합의되었다 한다.
16km의 우포늪 트래킹을 마쳤다. 사계절 중 가장 멋있다는 봄날에 와서 다시 우포늪을 걸으며 1억 4천만 년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