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나쁜 놈은 벌 받는 세상… 당연해서 더 통쾌하다

"이 대한민국에 저 같은 미친놈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찰청장 직속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이 지나가듯 던지는 이 한마디는 21일 개봉하는 연말 기대작 '마스터'를 가장 잘 요약하는 대사일 것이다. 맞다. 돈과 명예 따위 개의치 않고, 힘들어도 올바름을 포기하지 않으며, 규칙보다 힘없는 이들의 고통을 앞세우고, 온몸을 던져 세상의 편견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사람. 그런 '미친놈'이 요즘 한국 영화엔 필요했다. '내부자들' '아수라' 등 최근 흥행작엔 누가 더 나쁜지 경쟁하는 악한들이 가득했다. 꿈도 희망도 부인하는 어둠의 정서가 영화를 지배했다. 하지만 이 영화 '마스터'는 세상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진흥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이 영화의 장르는 '범죄 오락 액션'. 지능적 '범죄'와 쫄깃한 '액션', 웃음 지으며 극장을 나서게 하는 '오락성'을 갖췄으니 그런 장르 규정은 적절한 셈이다.

"저는요, 평생을 고생해도 흙수저 인생인 인간들, 달콤한 꿈이라도 꾸게 해주고 싶을 뿐이라고요." 금융 피라미드 업체를 운영하다 더 큰 사기를 치기 위해 저축은행을 인수하려는 '진 회장'(이병헌)은 금융당국 고위 간부에게 뇌물을 주며 이렇게 말한다. 권력자들을 돈으로 구워삶아 서민들의 피땀을 긁어모은 악당 진 회장을 쫓는 엘리트 경찰 '김재명'의 수사 과정에 천재 해커이자 진 회장의 심복인 '박장군'(김우빈)이 얽혀든다. 세 사람은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이며 뒤집기와 되치기를 이어간다.

이병헌은 스크린 위에서 자신이 가장 빛나는 순간을 잘 아는 배우다. 그가 "세상이 저를 사회악, 쓰레기라고 부를 때 제 손을 잡아준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어 드리겠다"고 금융 피라미드 회원들 앞에서 말할 때면, 그 말재주에 말려드는 사람들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개연성 없이 이야기 속으로 던져진 캐릭터들은 오락물로서 이 영화가 가진 태생적 한계. 그럼에도 이야기에 고저장단의 리듬을 부여하는 힘은 온전히 이병헌이 연기하는 진 회장으로부터 나온다. 엘리트 경찰이 된 강동원은 사제복(검은 사제들)이나 죄수복(검사외전)뿐 아니라 흰 셔츠를 입고 이마에 붉은 피를 흘리며 전력질주할 때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 영화는 거대 악과 맞서 싸우는 개인이라는 '베테랑'의 묵직한 설정으로 시작해 '도둑들'의 경쾌한 범죄극으로 가속도를 올린다. 연말 시즌용 블록버스터답게 성공한 장르 영화의 장점들을 따온 방식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 최근 흥행한 한국 영화 속 인물들은 부끄러움도 없이 서로를 속이고 해쳤다. 보고 나면 뭔가 피폐해지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나쁜 사람 벌 받고 착한 사람 행복해지는 그런 세상은 영화 속에서도 불가능한 걸까'. 그런 생각을 했던 관객이라면, 오랜만에 재미와 긍정의 에너지를 함께 불어넣는 이 영화가 반가울 것이다. 550만 관객을 모은 '감시자들'(2013) 조의석 감독의 신작.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