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에~

지난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CJ E&M센터 1층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초등학생·유치원생들이 부모와 함께 장난감, 인형 등을 잔뜩 싸들고와 대기실에서 연습을 했다. 이곳은 '제2회 키즈 크리에이터 선발대회' 오디션 현장. 다이아TV·쥬니어네이버 공동 주최로 아이들이 보는 영상을 제작하고 직접 출연도 하는 1인 방송 창작자를 뽑는 대회다. 최종 10명을 뽑는 이 대회엔 951명이 참가했다. 이 중 상당수가 어린이였다. 최종 오디션을 치른 50명 중엔 27개월 유아를 비롯 미취학 아동이 9명, 초등학생이 16명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조민식군은 엄마, 동생과 함께 충북 충주에서 왔다. 친구의 유튜브 영상 촬영을 도와주다가 석 달 전 자기 채널을 개설했다. 상황극, 실험, 요리 등을 선보이고 촬영·편집·자막 등 작업도 유튜브로 독학해 직접 해낸다. 구독자 수는 많지 않지만 학교에선 스타가 됐다.

조군은 "용돈을 아껴 회당 제작비는 5000원 이하로 맞춘다"며 "모르는 사람들과 댓글로 소통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다. 어머니 한영미씨는 "1인 방송이 뭔지 나는 잘 모르지만 아이가 원한다면 앞으로도 밀어줄 계획"이라고 했다.

모바일과 영상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많은 것을 즐기고 배운다. 이제는 보는 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출연·제작까지 나서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장래 희망이 유튜버라고 밝히는 아이들도 생겨난다.

돈 앤더슨 유튜브 아태 지역 키즈 파트너십 총괄은 "한국 키즈 콘텐츠 시청 시간이 작년보다 3.5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올 한 해 유튜브 인기 영상 상위 10개 중 1위가 동요 콘텐츠 핑크퐁이었고 3위(콩순이 율동교실), 7위(캐리)도 아동용 콘텐츠였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김지유양은 1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왔다. 특이한 실험에 주로 도전하는데 일주일에 3~4시간 정도 혼자 제작한다. 학원을 운영하는 어머니 이연주씨는 "학원 학생들이 '선생님 딸 유튜브에 나온다'고 말해줘서 알게 됐다"며 "내성적인 아이가 동영상에선 끼를 발산하고, 친구들 사이 인기도 좋아지니 말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동용 콘텐츠는 1인 방송 업계에서도 주력 분야다. 언어 장벽이 낮아 해외에서도 쉽게 통한다. 구독자 수 40만명, 전체 조회 수 4억8000만건에 달하는 최고 인기 채널 '라임튜브'는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 아버지 길기홍씨가 6세 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양한 학습·체험 등을 다룬다. 길씨는 "아동용 1인 방송 제작자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이를 꿈꾸는 어린이도 많아진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구독자 33만명, 전체 조회 수 1억3000만건을 기록 중인 '말이야와 친구들'은 외삼촌·외숙모가 조카 3명과 함께 다양한 놀이 체험을 하는 내용. 외숙모 이혜강씨는 "한 달에 내가 다니던 대기업 연봉 정도 수익이 난다"고 밝혔다. 광고 수익은 유튜브와 제작자가 45대55로 나누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영상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부작용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톨릭대 의대 소아신경과 김영훈 교수는 "동영상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면 집중력과 사고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부모가 먼저 절제하는 모범을 보여야 아이도 절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