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맨에서 '박카스맨'으로 "소비자 마음 얻어야 돈 번다"

최호진(50) 동아제약 신임 사장은 상무 승진 2년 만에 전무·부사장을 건너뛰고 지난달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2단계나 건너뛴 승진은 물론 외부에서 영입된 광고·홍보맨이 한국 대표 제약업체의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유례가 없었던 파격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동아제약 창업 3세인 강정석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강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 8일 서울 용두동 본사에서 만난 최 사장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 능력을 높이 산 듯하다"면서 "피로해소제 박카스의 성공 신화를 이어 소비자와 회사에 모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이 파격 승진한 데에는 무엇보다 박카스 광고의 힘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최 사장은 광고회사 코래드와 제일기획 등 광고업계에서 18년간 광고기획자로 일하면서 대우전자의 '탱크주의', 삼성생명의 '브라보 유어 라이프' 등 히트 광고를 잇달아 만들었다. 2010년 동아제약에 광고팀장으로 입사한 뒤 '풀려라 5천만, 풀려라 피로'란 카피의 박카스 광고를 만들어 각종 광고상을 휩쓸기도 했다. 당시 박카스 광고는 유명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을 등장시켜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풀어내 소비자들의 공감을 샀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장년층이 마시는 박카스라는 이미지를 깨고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광고에서 부모 세대와 자녀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많이 담았습니다." 2012년 첫 광고가 나간 해, 박카스는 2011년보다 연 매출이 무려 14%나 늘어난 1709억원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처음으로 연 매출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박카스는 올해 국내 제약업계 매출 상위 10대 상품 중 5위로 유일한 국산 제품이기도 하다.

그는 광고·홍보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의 마케팅실장으로 승진했다. 그때부터 생산과 영업, 연구개발(R&D) 등 회사의 핵심 영역을 두루 거쳤다.

최 사장은 사장 취임 이후 '가그린' 등 구강 관리 제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 사장은 최근 향기를 달리하거나 스프레이 타입의 신제품을 만드는 등 가그린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한편, 잇몸 관리 기능을 추가한 신제품 '검가드'도 내놓았다. 그는 "감기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분야가 구강 질환"이라며 "일반의약품 판매회사로는 처음으로 치과 전담 조직을 만들어 병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구강 관리 정보를 제공하면서 제품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제품 개발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동아제약은 최근 전문의약품 부문과 분리된 독자적인 R&D(연구개발) 조직을 만들었다. 여기서 전문의약품의 특허에 준하는 인정을 받은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성공한 박카스에 이어 새로운 수출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최 사장은 "그동안의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숙취 해소 음료의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동아제약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13년 기업 분할과 함께 동아제약은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판매 기업으로 규모가 축소됐다. 분할 후 박카스만 한 대형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최 사장은 "소비자 마음을 얻는 제품을 만드는 게 가장 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사장실 문턱부터 확 낮춰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