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보안점수, 낙제점인 30점"

"우리나라 기업의 보안 점수는 100점 만점에 30점에 불과합니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선제적으로 보안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조범구(54)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지난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안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기업들은 정작 해킹이 터지고 나서야 대비책을 찾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0여년간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 삼성전자 등에서 일해온 조 대표는 전자·통신·비즈니스 컨설팅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시스코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통신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는 해킹 위협이 날로 커지자 2013년 보안 업체인 소스파이어를 무려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전격 인수하며 보안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조 대표는 현재 매일 인터넷상에 새로 등장하는 악성 코드가 무려 100만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악성 코드에 감염돼 실제 피해를 본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지난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한 병원이 악성 코드 일종인 랜섬웨어(ransomware)에 감염돼 병원 직원들이 환자 정보 등이 담겨 있는 병원 전산 시스템에 아예 접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커는 이 병원 전산 시스템을 암호화한 뒤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360만달러(42억여원)를 요구했고 2주간 협상 끝에 병원은 1만7000달러(약 2000만원)를 주고 시스템을 복구했다는 것이다.

그는 "해커와 보안 업체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코도 5분에 한 번꼴로 악성 코드 6000개를 감지한 뒤 고객사들에 이를 막기 위한 보안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스코는 악성 코드가 들어오면 3분 안에 91%를 감지해낼 수 있고 10분 안에 100%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스코는 보안 사업 분야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 8~10월 시스코 보안 사업 매출은 5억4000만달러(약 6315억원)로 시스코 전체 매출(124억달러)의 4%에 불과하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성장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랜코프·오픈DNS·포트컬리스·클라우드락 등 보안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

이 회사는 보안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조 대표는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부족해 보안을 강화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스코는 향후 2년간 보안 인력 양성을 위해 장학금으로만 1000만달러(약 116억9000만원)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