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37조 늘어도… 한국, 행복지수 낮은 '찌그러진 오각형'

한국의 복지 수준은 선진국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본지가 2011년에 이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과 공동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복지 수준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복지 수준은 OECD 34국 중 21위였다. 이 모델에 2011년 수치를 대입한 결과는 23위였다. 정부의 복지 지출은 2011년 86조4000억원에서 올해 123조4000억원으로 43%(37조원) 늘었지만 '복지 좌표'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중하위권에 맴도는 셈이다. 보사연은 한국과 다른 선진국의 복지 수준을 비교하기 위해 경제력, 재정, 복지 수요, 복지 충족, 국민 행복도 등 5개 부문 지표를 바탕으로 '종합 복지지수'를 산출했다.

◇기초연금, 무상 보육 늘지만…

각국의 복지 수준을 복지제도만으로는 파악하긴 어렵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에선 복지제도를 이끌고 갈 경제력(경제 활력, 재정 지속)이 있는지, 국민의 복지에 대한 요구(복지 수요)를 얼마나 충족(복지 충족)시키는지, 복지 혜택을 통한 만족도(국민 행복)는 어느 정도인지 등 5개 부문을 살폈다.

5개 부문 중에서 '복지 충족 지표'는 2011년 32위에서 올해 28위로 4단계 상승했다. 우리나라 무상 보육 대상은 2012년 만 0~2세와 5세였다가 2013년부터 만 0~5세로 전면 확대되면서 보육료 예산도 대폭 증가했다(2011년 4조5557억→2016년 8조6956억원). 이에 복지 충족 세부 지표 중 '영·유아 1인당 보육 공공사회 지출액'이 2011년 14위에서 2016년 8위로 올랐다.

복지 충족 지표 중 각종 연금이 좌우하는 '공공 사회 지출 비율' 순위는 5년 전(33위)보다 소폭 상승한 32위였다. 2014년 7월부터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관련 예산은 2011년 3조7904억원(당시 기초노령연금)에서 2016년 10조2896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로 복지 충족 지표가 다소 나아졌다는 것이 보사연 설명이다.

한국은 5개 평가 부문 중 '재정 지속도'(3위)와 '경제 활력도'(8위) 부문에서는 양호한 순위에 올랐다. 5년 전(각각 3위, 6위)과도 엇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은 '위기'라는 분석이 많지만 △실질 경제성장률이나 △노동 생산성 증가율 △국가 채무 비율 등의 세부 지표를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아직 중상위권에 속한다는 얘기다.

정해식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다만 "한국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국민의 복지 욕구도 빠르게 증가해 재정 지출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면서 "'퍼주기식' 복지 정책을 남발하다가는 재정 지속도나 경제 활력도 지수도 급속히 추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행복하지 않은 나라

한국의 복지 수준이 중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이 복지 혜택에 대한 만족도를 나타내는 '국민 행복 지표'가 만년 꼴찌 수준인 탓도 크다.

이번에 보사연은 국민 행복 지표 점수를 내기 위한 세부 지표로 △자살률 △합계 출산율 △삶의 만족도 △여가 시간 등을 잡았다. 한국은 자살률, 합계 출산율에서 34위로 꼴찌였고 삶의 만족도(27위), 여가 시간(25위) 등에서 줄줄이 하위권 평가를 받았다. 국민 행복 지표는 33위로 2011년(30위)보다도 더 나빠졌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헬조선'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국민의 사회적 불만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불만과 심리적 위축이 계속되면 국민 행복도 역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제 지표는 비교적 양호한 반면 복지 충족과 행복 지표가 낮은 수치를 보이면서 한국의 복지 오각형 그래프는 찌그러진 형태를 보였다.

이번 복지 수준 비교를 위한 세부 지표는 보건·복지·경제·인구 분야 전문가 52명의 자문을 거쳐 마련한 것이다. 5년 전 첫 조사 때와는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물가상승률과 같은 세부 지표는 빼고, 복지 서비스를 얼마나 투명하게 전달하는지를 따질 수 있는 국가 투명도 지표를 넣는 등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서 한국의 2011년 복지 수준 순위도 당시(26위)와 약간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