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내가 묻다 "사랑 위해 다 던질 수 있어?"

모든 잊지 못할 순간은 과거에 있다. 목숨 같던 사랑도, 번개 같던 입맞춤도, 두고두고 곱씹는 그때 그 말과 행동도. 그리고 사람은 추억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만약,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아직 오지 않은 거라면? 그때로 돌아가 모든 걸 바로잡을 수 있다면? 14일 개봉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에서,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알약 10개를 얻게 된 '나'는 세월을 거슬러 30년 전의 '나'를 만난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 가장 찬란했던 시간들, 세월이 흘러 지금의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까지 그 모두를 지켜내야 한다. 하지만 개입하면 할수록 과거도 미래도 점점 꼬여만 간다. 2015년의 소아과 전문의 '수현'(김윤석)은 1985년의 대학병원 레지던트 '수현'(변요한)에게 묻는다. "사랑을 위해, 다 던질 수 있어?" 영화 속 대사를 섞어 두 '수현'의 대화를 재구성했다.

한 성격 하는 젊은 수현(이하 '한') "깜짝 놀랐잖아. 부산진역 공중전화 박스에 갑자기 나타나선 '누구니 너? 내가 수현인데?'라니."

연륜 묻어나는 수현(이하 '연') "나는 얼마나 놀랐겠어. 의료 봉사 간 캄보디아에서 만난 노인이 소원을 묻길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더니 알약을 주더라고. 근데 그게 진짜 과거로 가는 약이라니."

한 "네~ 그러셨어요? 놀라 경황없는 사람치고는 '연아'(채서진) 보는 눈빛이 아주 그윽하시던데?"

연 "나이 들면 말야, 점점 확신 같은 게 없어져. 근데 연아에 관한 건 안 그렇더라. 조련사가 된 연아가 공연을 하는데, 돌고래가 느린 화면처럼 오래 공중에 머무는 거야. 연아도, 돌고래도, 햇빛도 모두 반짝반짝 빛나더라. 시간이 멈춘 것처럼."

한 "폭력 술꾼 아버지의 기억 때문에 사람도 사랑도 못 믿었잖아. 약하고 우유부단한 날 지켜준 건 연아뿐이었고. 그런데 '연아를 한 번만 더 보러 왔다'니. 미래에는 연아가 없다는 건데, 내가 가만있겠어?"

연 "미래라고 다 좋아진 건 아냐. 메스 안 대고 종양 수술도 하지만, 없던 병도 더 많이 생겼고. 오히려 소박하던 옛날이 더 낫다는 사람도 많아. 게다가 그땐, 과거는 진짜 돌이킬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고."

한 "또, 또! 그래서 내가 멱살 잡고 소리쳤잖아. '당신에겐 과거지만 내겐 미래'라고. '내 미래는 내가 만들어!'라고."

연 "그래서 내가 물었지. '사랑을 위해서 모두 다 던질 수 있냐'고."

한 "그 말대로 나는 모두 다 던졌어. 일은 어찌나 계속 꼬이던지. 죽기보다 더 힘들었을지도. 근데 말이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든 다시 만나는 게 맞는 걸까?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런 수필도 있잖아."

연 "행복했던 순간은 기억만으로 충분할지도. 그 기억만으로도 살아지거든."

한 "그럴까? 난 아직 못 믿겠는걸!"

10년간 작가별 서적 국내 누적 판매량 4위(3월 교보문고 조사)였던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이 원작. 영화는 시간 여행에 의한 변화의 아귀를 맞추는 것보다, 관객의 내밀한 감정을 한 올씩 풀어헤치고 새로 엮어내는 데 집중한다. 근래 보기 드문 웰메이드 멜로. 단단한 배우 김윤석과 변요한 연기 앙상블의 힘이 세다. 상영 시간 111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