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악동’ 허인회와의 허심탄회한 이야기(1)

‘악동’ 허인회가 돌아왔다. 물론 그는 상무시절에도 골프계를 들썩이게 만든 이슈메이커였다.

19개월이다. 허인회가 군인 신분으로 필드를 누볐던 시간. 상무 입대 후에도 그는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닌 스타이자. 숱한 화제를 만들어내는 이슈메이커였다. 군인신분으로 첫 출전한 동부화재프로미오픈 우승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SK텔레콤오픈 2라운드에서는 혼자 백을 메고 플레이를 했었다. 또 홀아웃할 때마다 거수경례를 하며 ‘군인’ 신분임을 늘 확인시켰었다. 그랬던 그가 예비역이 됐고, 복귀무대에서 ‘달달한’ 프러포즈를 하면서 또 한 번 시선을 끌어 모았다.

에디터는 다양한 화제와 이야깃거리를 몰고 다니는 이 악동의 복귀가 정말 반가웠다. 그래서 대구경북오픈을 마친 후에 그를 만났다. 허인회는 이 대회에서 제대 후 처음으로 우승 경쟁을 펼쳤고 2위로 마쳤다. 제대 후 내내 하위권을 맴돌아 군기가 이제는 빠졌나 했지만 역시 그는 한방이 있는 선수 임은 분명했다. 스릴 있는 경쟁 때문이었는지 인터뷰 내내 그는 밝았었다. 오랜 시간 동안 군대 에피소드, 혼인신고, 프러포즈, 악동이라는 수식, 일본투어와 장타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나눴다.


전역한지 56일됐다. 어떻게 보냈나? 벌써 그렇게 됐나?

전역 한 후에는 날짜를 세지 않았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정신없이 보냈다. 제대한 뒤에도 똑같이 대회에 출전했고 지인에게 인사도 다니고 나만의 시간을 특별하게 갖진 못한 것 같다.

제대한 뒤 한 동안은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꾼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다. 전역 후 첫 대회였던 한국오픈 일주일 동안은 매일 같은 꿈을 꿨던 것 같다. 내무반에서 일어나는 꿈! 대회 중에도 내가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고 홀아웃할 때 거수경례를 꼭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정말 이상한 한 주를 보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고 피지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에 나갔다.

맞다. 갑자기 유러피언투어대회에 나갔다.

지난 5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도 신혼여행도 하지 않아 아내에게 미안했다. 때마침 유러피언투어 피지인터내셔널이 피지에서 열리는 걸 알았다. 이전에 그 대회에서 좋았던 기억이 있고(2014년 5위) 국내대회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았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고 가족여행 겸 출전하기로 결심했다. 결국 국내에서 열린 최경주인비테이셔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성적이 굉장히 좋았다.

올해 처음 톱10에 들었다. 솔직히 신혼여행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성적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라운드가 지날수록 성적이 좋아져 대회에 더 집중하게 됐다. 신혼여행 겸 왔는데 마지막은 우승을 목표로 온 선수처럼 정말 열심히 했다. 아내한테 또 미안했다.

그 대회가 터닝포인트가 됐나?

정말 그랬던 것 같다. 아무 걱정 없이 골프만 즐겼고 자연스럽게 성적이 좋게 나왔다. 오랜만에 즐거운 골프를 했던 것 같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편해졌고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붙었다. 피지대회 출전은 나에게는 신의 한 수였다.

좋은 기운 때문인지 대구경북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승이 아쉬웠을 것 같은데.

원래부터 목표는 2등이었다. 나는 항상 우승은 실력으로만 할 수 없는 영역이고 운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승에 대한 욕심이 거의 없다. 대회 내내 모든 게 잘 풀렸고 원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서 행복한 대회였다. 농담으로 ‘차라리 우승을 목표로 할 껄’하고 아내와 웃으며 이야기 했는데 다음에는 목표를 우승으로 해야겠다.

전역한 후 성적이 급격하게 좋아졌다.

이유가 있나? 의도한 것은 아닌데 묘하게 그렇게 됐다. 시즌 초반 대부분 미스 컷 했다. 군대에서의 마지막에 많은 것이 혼란스러웠다. 훈련량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개인적인 고민도 쌓여 집중력이 떨어졌다. 자꾸 미스 컷을 하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잃었었다. 모든 것이 무너진 시기였다. 제대한 뒤에는 짜인 생활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너무 좋았다. 원래부터 자유로운 영혼 아닌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고 편안했다. 그리고 결혼하면서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SK텔레콤오픈 2라운드를 빼놓을 수 없다.

힘들고 짜증났던 기억 밖에 없다. 지인 소개를 받은 캐디가 개인적인 일로 서울에 잠깐 다녀온다고 해서 흔쾌히 수락했던 것이 실수였다. 급하게 다른 캐디를 알아볼 수 있지만 너무 화가 나서 내가 들쳐 매고 나갔다.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렸고 운 좋게 홀인원도 기록했다. 골프팬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던 것 같은데 이 사건으로 복귀 후 한동안 많이 혼났다. 군인이 자꾸 화제가 되는 것이 탐탁지 않으셨던 것 같다.

원래 캐디를 의지하지 않는 편이라고 들었다.

모든 결정은 내 스스로 하려고 한다. 책임져야 하는 것도 나이기 때문이다. 분명 캐디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웬만하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한다. 그때는 급박했던 상황이었지만 ‘캐디없이 한번 해 보자’라는 마음이 더 컸다. 결과적으로는 내 믿음에 확신이 더욱 커진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맞다. 홀인원도 했고 스코어도 나쁘지 않았다. 백을 멘 것이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플레이하는데는 큰 지장은 없었다.

복무한 19개월동안 좋아진 점은 무엇인가?

이전에는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운동하고 싶으면 운동하고, 쉬고 싶으면 실컷 놀았다. 하지만 2년 동안 무조건 명령에 따라야 했다. 운동하기 싫어도 운동해야 하고, 편하게 쉴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운동 이외에 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운동하고, 연습하는 습관이 생겼다. 운동을 안하고 있으면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은 2년 전보다 열심히 운동하는 습관이 생겼다. 썩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운동하는 재미는 찾은 것 같다.

복무기간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나를 완전히 잃어버린 시기?

복무 중에 부인(육은채 씨)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2년 동안 내 옆을 지켜준 사람이다. 면회를 할수 있는 기간에 항상 문경까지 찾아왔다. 차로 이동한 거리가 약 3~4만km다. 면회를 와서도 정말 많이 싸웠다. 주로 내 투정을 다 받아줬다. 웬만한 여자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를 위로해줬고 대회장에 찾아와 항상 응원해줬다. 고맙고도 미안하다.

갑자기 혼인신고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회장에서 우연히 누군가가 아내에게 ‘허인회 프로와 헤어진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모습을 봤다. 대회장에서 여자친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을 알게 됐고,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골프대회에 놀러 다니냐’는 말도 들으니 화가 났다. 하지만 군인신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 여자라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5월에 혼인신고를 했다. 부모님 허락도 없이 저지른 일이라 엄청 혼났다.

2년 전에 프러포즈를 할 생각이었다고 들었다.

일본에서 우승했을 때 프러포즈를 할 계획이었다. 아내한테도 우승인터뷰 때 이야기하겠다고 선언까지 했었다. 그런데 일본에서 최소타 우승 신기록을 세우면서 언론에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나도 놀랐고, 많은 관심을 받는 가운데 프러포즈는 싹 잊어버렸었다. 인터뷰 마치고 내려왔을 때 서운해하는 여자친구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전역 후 복귀무대에서 프러포즈를 한 건가?

군인신분이라 그 동안 제대로 해준 것이 없어 제대하면 프러포즈를 꼭 멋지게 하고 싶었다. 깜짝이벤트로 할 계획이었다. 2년 전 말했다가 무산된 기억도 있어서. 하지만 ‘2라운드 뒤 깜짝 프러포즈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뒤 팬 사인회를 하면서 꽃다발과 함께 사랑의 서약을 하기로 했다’고 언론이 방법까지 자세히 먼저 소개했다. 김이 다 샜다. 2라운드 내내 어떻게 하지 고민했고 덕분에 간신히 2라운드를 통과했다. 그리고 인터뷰할 때 깜짝이벤트를 했다.

결혼식을 아직 안했다.

결혼식은 내년 시즌 끝나고 할 생각이다. 양가 부모님도 제대로 갖춰 결혼식을 했으면 하고 나도 그렇다. 내년에 투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다음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도 갈 것이다.

어떤 모습에 반했나?

2년 동안 변함 없이 나만 바라보며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나는 그 동안 원하는 대로 행동하며 살아왔다. 누구에게도 의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 데 아내가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하게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부인은 조언을 하는 편인가? 아니면 묵묵히 믿어주는가?

아내가 처음에는 골프를 전혀 몰랐다. 그래서 내 플레이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말하진 않았다. 대신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짚어낸다. 가끔 내가 기분이 다운 되고 있을때면 바로 알아채고 말을 걸어와 분위기를 전환해준다. 반대로 흥분할때면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내 심리를 잘 컨트롤한다. 대회에 집중할 수 있게 잘 해주는 것 같다.


2016년 STATS
평균타수 69.44타
드라이버 비거리 295.59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61.12%
그린적중률 73.96%
리커버리율 62.67%
평균퍼팅 수 1.73개
시즌 상금 6096만원(42위)


허인회 프로파일
29세
2007년 코리안투어 입회
2008년 코리안투어 필로스오픈 우승
2014년 JGTO 도신토너먼트 우승
2014년 코리안투어 장타상
2015년 코리안투어 동부화재프로미오픈 우승


자료 제공 : THE GOLF (www.the-gol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