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계란 품귀 조짐… 식당·빵집 '시름'

15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신선 식품 코너. 계란 진열대에는 10개들이 계란 20여 꾸러미밖에 남지 않았다. 최대 200꾸러미 정도를 진열할 수 있는 매대다. 진열대 앞에는 '최대한 물량 확보에 힘쓰겠습니다'란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3꾸러미를 카트에 담은 40대 여성은 "가격이 뛰는 데다 품귀 현상을 빚는다니 많이 사놓고 싶지만, 유통기한 때문에 무조건 많이 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이번 AI(Avian Influenza·조류 인플루엔자)로 살처분된 가금류의 70%가 산란계(産卵鷄)이다 보니 계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이마트·롯데마트 등은 계란 가격을 5% 더 올렸다. 지난달 AI 발생 이후 지금까지 25~30% 오른 셈이다. 대형마트 측은 "정부가 AI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조정 검토 중이란 소식이 들려와 마음이 무겁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12월 말에는 계란을 거의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란을 많이 쓰는 식당도 비상이다. 서울 무교동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신모(50)씨는 "가격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물량 자체를 구하지 못할까 봐 더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기본 반찬으로 제공하던 계란찜을 내일부터는 제공할 수 없다고 단골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대형 제빵 회사들도 연말 케이크 만들기를 앞두고 우려가 깊다. 한 제빵 업체 관계자는 "빵보다 케이크에 계란이 더 많이 들어가는데, AI 사태가 지속되면 케이크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날 롯데마트 닭고기 매장에선 '전 품목 30%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닭고기를 사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AI 발생 초기만 해도 별다른 영향 없이 신장세를 유지하던 닭고기 매출이 감염 범위가 확산돼 살처분 규모가 급증하며 급감했다. 이마트의 12월(1~13일) 닭고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1%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