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로 당장 갈아탈 필요는 없어"

40대 직장인 A씨는 15일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소식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1억1000만원을 대출받고 연 2.9%의 이자를 내고 있는데, 금리가 갑자기 크게 오르면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금리 인상 시대에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내 돈'을 지키고 불릴 수 있을까. 은행·증권사의 베테랑 PB(고객 자산 관리 전문가) 10명에게 물었다.

◇고정금리 대출만 '정답' 아니다

15일 은행 창구에는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은행 대출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기 전에 유의할 점이 있다. 우선 고정금리 대출금리는 보통 변동금리보다 높은데 최근 두 금리의 차이가 약 0.7%포인트로, 전보다 벌어졌다. 은행들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전망하고 대출금리를 이미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보통 0.25%포인트씩 올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3번쯤 더 올려야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보다 유리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은 "대출금리는 보통 6개월에 한 번씩 조정되므로, 당장 비싼 고정금리로 갈아타기보다는 몇 개월 정도 더 금리를 지켜보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도 상환 수수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대출받은 지 3년이 되기 전에 대출금을 갚거나 갈아탈 경우 1~1.5% 정도의 중도 상환 수수료를 물리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물가 연동 펀드 유망, 신흥국 주식은 위험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에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미국 물가와 수익률이 연동하는 상품과 미국 달러를 꼽았다. 달러 가치는 계속 올라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선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연광희 팀장은 "15일 미국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많이 올랐다(전일 대비 8.8원 상승, 달러당 1178.5원). 당장 달러를 사기보다 환율이 1140~1150원 정도로 내려가면 달러를 분할 매수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물가와 연동되는 투자 상품은 미국 물가연동채권(TIPS)이 대표적이다. 미국에 상장된 ETF(블랙록 '아이셰어즈 TIPS 채권 ETF' 등)를 직접 사는 방식등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 동수원PB센터 윤재원 팀장은 "은행의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뱅크론' 펀드도 금리 인상기에 유망한 상품"이라고 추천했다. 뱅크론 펀드인 '프랭클린 미국 금리 연동 특별 자산 펀드'는 지난 1년 수익률 12.6%, 이스트스프링 미국 뱅크론 특별 자산 펀드는 수익률 6.3%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 10명이 가장 많이 꼽은 '피해야 할 투자처'는 신흥국 주식이었다. 미국 금리 인상은 한국을 포함해 베트남·인도네시아 같은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를 때 가치가 떨어지는 장기 채권도 위험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분간 금융시장 변동성이 클 것이기 때문에 현금을 보유하고 지켜보는 것이 방법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도움말 주신 분들(가나다순)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장
김영호 KEB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PB센터장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장
연광희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팀장
윤재원 한국투자증권 동수원PB센터 팀장
임동욱 신영증권 명동지점 팀장
장영준 대신증권 반포지점장
정상규 신한금융투자 PWM태평로센터 PB팀장
한승우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
홍숙아 미래에셋대우 대치PB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