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시간 수십 번 잠수… 인어공주 되기 참 힘드네

인어(人魚). 수려한 외모와 아름다운 목소리, 반짝이는 비늘이 떠오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 모습에 익숙해서다. 동심 속 완전무결한 만화 주인공을 실사(實寫)로 옮기는 작업은 그래서 위험 부담이 따른다. 만화 주인공이 인간으로 환생하는 순간 환상은 깨지기 쉽다.

SBS 수목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인어 역을 맡은 전지현은 '실사판 에리얼'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호연을 펼쳤다. 무엇보다 물고기 뺨치는 바닷속 '인어 수영'이 화제.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으로부터 '인어 탄생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상의는 드레스, 하의는 '실리콘 물고기'

'푸른 바다의 전설'은 조선시대 강원도 현령으로 부임한 담령(이민호)이 폭풍우에 휩쓸려 뭍으로 떠내려왔다가 선주 양씨(성동일)에게 붙잡힌 인어(전지현)를 풀어주고, 이 인연이 반복돼 현생에서 재회한다는 줄거리다. 전·현생의 인어는 비늘 색깔을 달리해 표현했다. 전생은 금빛, 현생은 은빛이다. 이 의상은 드레스에 쓰는 금·은색 레이스 원단에 일일이 비즈(beads·옷 장식에 쓰는 작은 구슬)를 붙여 만들었다. '물고기'인 하체는 전지현의 다리 모양대로 실리콘 본을 뜨고 3주간 건조·접착 작업을 거쳐 만들었다.

바다 생물을 연상시키는 인어의 우아한 움직임은 CG 덕분. 배우의 발동작에 맞춰 그래픽팀이 '물고기'를 덧입힌다. 제작사 관계자는 "인어라는 존재의 신비감을 살리려 사람과 물고기의 '중간 지점'으로 보이도록 작업했다"면서 "비늘 의상을 아름다운 드레스처럼 표현했다"고 말했다. 쉽게 젖는 상의는 여벌을 준비해 수시로 갈아입었다.

◇수중 촬영하려 '싱크로나이즈드' 수업

전지현은 한 달간 '인어 수업'을 받았다. 싱크로나이즈드부터 스킨·스쿠버 다이빙, 모노핀(돌고래 꼬리 모양의 수영 도구) 수영까지 네 종목을 숙달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수중 촬영은 하루 6시간에서 10시간. 전지현은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라 몸으로 표현하는 장면은 자신 있었지만 인어 촬영을 하면서 체력 한계에 자주 부딪혔다"며 수중 촬영의 고충을 토로했다. 전담 수중 카메라 감독 2명과 수중 조명팀 등 스태프 역시 체력 저하와 저체온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물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용모를 유지한 비결은 뭘까. 장정도 PD는 "반복 촬영"이라고 했다. "'인어의 품격'에 걸맞은 장면이 나올 때까지 촬영했습니다. 제한된 잠수 시간 동안 물의 흐름에 맞춰 머리카락을 뒤로 흘려보내야 해 NG만 수십 번 났죠." 화장도 금물. 물속에선 약한 화장도 쉽게 번지는 탓에 전지현은 수중 촬영 내내 '민낯'으로 임했다.

북태평양 팔라우에서 수중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전지현은 '인어 연기'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인어는 신선하고 설레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