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T자 코스 부활… 운전면허 따기 어려워진다

20일 오후 2시 50분 서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면허 시험 응시자 200여 명이 민원실에 대기하고 있었다. 서부면허시험장 김예림 주임은 "평소 응시 인원의 2배 가까이 몰리는 통에 접수 직원들이 화장실도 못 갈 정도"라고 했다.

이날 면허 시험장을 찾은 대학생 하지은(22)씨는 "운전면허 시험이 어려워지기 전에 따러 왔다"며 "장내 기능 시험 예약이 꽉 차서 30분 넘게 기다렸는데 오늘 빈자리가 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예약을 하지 않고 두세 시간 기다리다가 발걸음을 돌린 응시자도 상당수였다.

◇'물 시험' 막차 타려는 응시자들

난이도가 대폭 강화된 운전면허제 시행(22일)을 앞두고 '막차'로 면허를 따려는 응시자들이 몰리고 있다. 너무 쉬워서 '물 시험'으로 불리는 현행 제도가 남아 있을 때 면허를 취득하자는 것이다. 서울 시내 운전면허 시험장 4곳(강남·서부·도봉·강서)에 따르면, 이달 1~19일 운전면허 응시생은 총 5만626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9430명)보다 42.7% 급증했다.

일부 응시자는 불법 단기 속성 학원을 찾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 '단기 면허' '쉬운 면허'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니 3일 만에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업체가 50곳을 넘었다. 이 중 상당수는 무자격 강사들로 구성된 불법 업체다. '3일에 30만원만 내면 면허를 따게 해준다'고 광고하는 서울 강서구의 한 학원에 문의했더니 "응시생이 갑자기 밀려들어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했다.

◇까다로운 'T자 코스' 5년 만에 부활

'불 시험'으로 불리는 새로운 운전면허 시험에는 지난 2011년 정부가 운전면허 취득을 간소화하면서 없앴던 '직각 주차(T자 코스)'와 '경사로 코스'가 부활한다. 학과 시험 문항도 난폭·보복 운전 금지, 긴급 구조 차량 양보 등의 내용을 추가해 기존 730개 문항에서 1000개 문항으로 늘어난다.

난이도 조정 폭이 가장 큰 것은 장내 기능 시험이다. 현행 시험은 시동을 걸고 좌우 지시등과 같은 장치를 켠 뒤 주행하다가 급제동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22일부터는 기존 50m 코스가 300m 코스로 늘어나고, 실제 운전에서 활용도가 높은 T자 코스와 신호 교차로 통과, 경사로 주행 등 5개 평가 항목이 추가된다. 의무 교육 시간도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었다.

특히 T자 코스는 실제 주차 실정에 맞게 도로 폭을 3.5m에서 3m로 줄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1종 보통 응시용 트럭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야 한다"며 "응시생들이 가장 까다롭게 느끼는 코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격 기준도 기존에는 '안전띠 미착용'과 '사고 유발' 등 2개 항목이었지만 '30초 이내 미출발' '경사로 정지 후 30초 내 미통과' '신호 위반' 등 5개가 추가됐다. 새로운 시험 코스로 경찰이 시뮬레이션했더니 장내 시험 합격률이 현재 92.8%에서 80%로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도로 주행 감점 폭 늘어나

87개 평가 항목이었던 도로 주행 시험은 안전 운전에 반드시 필요한 항목만 추려 57개 항목으로 줄었다. 차량 성능이 향상돼 불필요해진 '브레이크 나눠 밟기'나 '후사경(後寫鏡·차량 뒤 유리 바깥에 붙인 거울) 조정' 항목 등이 삭제됐다. 하지만 방향 지시등(깜빡이) 조작 점수가 3점에서 7점으로 높아지는 등 배점 기준이 기존 3·5·10점에서 5·7·10점으로 바뀐다. 배점이 커진 만큼 감점 폭도 커지는 것이다. 5회 이상 엔진을 꺼뜨려야 실격됐던 것도 3회 이상으로 강화됐다.